파가니니 작곡 GRAND SONATA IN A MAJOR (OP. 35), MS3, ROMANCE
(GIL SHAHAM - GÖRAN SÖLLSCHER)
파가니니, 악마가 깃든 연주자로 불릴 만큼 놀라운 기교로 유명한 이태리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자이다. 그의 연주 실력과 작품은 놀라웠고 훌륭했지만 그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의 음악적 업적을 계승할 후계자가 없다거나 혹은 즉흥적 연주 스타일 때문에 그의 현란한 기교가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이나 뛰어난 천재에 대한 보통 수준 사람들의 질투심은 음악계도 예외가 아닌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쨌거나 이 화려하고 찬란한 음악은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해 작곡된 소나타로서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름답고 동시에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나 뮤지컬의 레퍼토리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사실 같은 현악기지만 기타와 바이올린은 음색이나 느낌이 확연히 다른 악기로서 두 개의 악기가 어울려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보통의 우리는 생각하기 어렵다. 바이올린은 현을 활로 켜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칸틸레나(성악곡이나 기악곡에서 쓰는 서정적인 선율)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악기가 분명하다. 따라서 근대음악 이전부터 바이올린은 음악적 위치가 확고한 악기였고 18세기 이후의 음악에서도 그 위치는 변함없이 매우 중요한 악기였다. 이에 비해 기타는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어서 매끄러운 서정성보다는 간결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약간의 가벼움이 지배적인 음색으로서 바이올린처럼 오케스트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악기이며 독주 악기로서도 20세기 초 세고비아에 의해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보조 악기로서 그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의 1번에서 3번 트랙은 소나타 콘체르타토 양식이다. 즉 두 개의 악기가 대립 혹은 대조적으로 설정되면서도 전체적으로 유효한 조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바이올린과 대조되는 음색을 가진 기타라는 악기를 이용하여 이렇게 화려한 음악적 성과를 낸 파가니니의 영감에 대해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게 된다. 나머지 4번에서 22번 트랙은 소나타 형식으로서 두 개의 악기가 병립하는 느낌보다는 서로를 위해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5번 트랙은 특별하게 칸타빌레(노래하듯이)라는 이름으로 되어있는데 이 트랙은 기타 반주는 정말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조심스럽다. 16번부터는 프레기에라(기도라는 뜻의 이태리어)라는 말이 소나타 뒤에 특별히 붙어있다. 음악을 들으면 왜 기도라는 이름을 추가했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질 샤함(Gil Shaham)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스라엘 양친을 두었지만 태어난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 성장하고 바이올린에 입문했다. 어느 정도 음악적인 성과가 생기자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서 연주활동을 한다. 모든 뛰어난 연주자가 그러하듯 샤함도 거의 음악에 대한 천재적 기질은 타고난 것이어서 악보에 나타난 음표를 연주하는 것에 더하여 본인의 감성을 녹여 스스로 음악적 작업을 완수해 내는데 임의의 부분에서 템포를 바꾸는 즉, 루바토를 통해 곡의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연주되는 이 음반의 바이올린 연주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동시에 얼음처럼 명징하여 우리를 매혹시키고 만다.
기타 연주자는 괴란 죌셔인데 스웨덴 사람이다. 샤함보다 나이가 많지만 샤함과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많은 음반을 출시하고 있다. 클래식 기타의 줄은 거터(양의 내장)로 되어 있어 음색이 매우 부드럽고 단아한데 이러한 특징을 이 음반 전체에서 잘 느낄 수 있도록 죌셔는 연주하고 있다. 특히 기타가 주인공이 되고 바이올린이 반주를 맡는 10번의 그랜드 소나타와 두 개의 악기가 대립되는 1번에서 3번까지의 소나타 콘체르타토는 기타라는 악기가 결코 음악적 감성이 쳐지는 악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9fYcg7Mp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