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기피 신청을 기각한
삼성 관련 재판부

by 김준식


1. 삼권분립


근대 입헌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원리에는 비관적 인간관에 기초한 삼권분립 제도가 있다. 삼권 분립이란 국가 스스로가 만든 제도와 그 제도 속에 있는 인민을 통제할 법을 만드는 입법부, 그리고 제정된 법을 집행하는 행정, 마지막으로 그 법의 침해와 흠결을 보완 수호하는 사법을 분리하였다.


근대 입헌 민주주의의 원리를 도입한 우리 임시정부의 헌법과 1948년 제헌헌법, 그리고 여러 차례 개정을 반복한 지금의 헌법도 이 원칙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2. 법원의 타락


대한민국의 재벌 삼성의 편법, 불법 승계의 단초가 된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의 최종 판결은 2009년까지 무려 13년을 끌어 무죄로 만든 당사자가 바로 이 나라 법원이다. 혐의는 특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였지만 13년 동안 재판부는 무죄를 만들기 위해 힘껏 노력하여 마침내 무죄를 확정하였다.

그 뒤에도 삼성 관련 여러 범죄 수사는 지지부진, 간혹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에서 역시 지지부진,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면 무죄로 되는 사건이 즐비하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박근혜, 최순실과 관련된 이재용의 뇌물을 유죄로 판단, 무죄로 판단한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하였으나 당해 고등법원은 준법감시위원회라는 듣보잡 제도를 미국에서 가져와 무죄 혹은 감형에 대한 양형 판단의 근거로 삼고자 하는, 정말 웃기는 작태를 보여준다. 그저 양형만 정하라는 대법원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한 것도 몹시 화가 난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미국에서 가져온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제도의 본질은 회사의 범죄에 대하여 유죄 판단을 하고자 할 때, 특정 범죄행위 이전에 준법감시위원회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양형 판단의 참작사유로 쓰인 제도인데 우리나라 법원은 범죄 후 사후 행위를 통해 그 범죄를 묵인하려는 제도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국민을 아예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의 뇌물죄를 수사한 특검은 이 판결을 한 재판부를 믿을 수 없으니 재판의 기피신청을 했고, 이에 삼성 수호에 투철한 법원은 그것은 가볍게 기각해버렸다.


3. 자본주의, 그리고 부패한 권력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부패와 상관관계가 높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제도하에서 권력이 이 돈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웃기는 이야기는 단군이래 최대 도둑으로 정평이 자자한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한 운동이 ‘청렴’이다.


삼성 자본은 이 나라를 움직이는 소수 엘리트 들을 돈으로 지배하려 한다. 입법, 행정, 사법의 전 영역에 걸쳐 삼성 장학생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증명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권력과 자본의 맛에 깊이 잠식된 침묵의 카르텔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4. 미래, 디스토피아?


단 돈 몇 천 원의 절도, 횡령, 배임에는 중죄가 내려지지만 몇 천억, 몇 조의 횡령, 배임을 저지른 범죄자들에게는 중죄는커녕 무죄에 가까운 가벼운 유예형이 내려지는 나라에서 과연 사법적 정의는 있을 것인가? 법을 전공한 스스로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 하기가 쪽 팔린다.


암울하다. 지금도 돈이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앞으로 세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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