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천연덕스럽게 대 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이재용을 본다. 하고 있는 말의 거짓을 넘어 영혼 자체가 거짓인 모양이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인간이 사악해질 수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아는 ‘악’은 지금 저 장면 전체를 조직한 ‘악’에 비하면 아이들 동화 수준이다.
불법, 편법, 탈법으로 유지되어 온 이 나라 재벌(영어로 번역도 되지 않는, 정말 이 나라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단어)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 재벌들의 욕망을 위해 협조한 정치권력과 돈에 눈먼 먹물들을 비난하고 동시에 그들이 저지른 인간의 기본권 침탈에 대해 분노한다.
이재용의 반성에 대한 진정성을 믿는 조건이 있다. 지금 당장 삼성 본관 앞에서 300일 넘게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취했을 때, 그리고 원인도 없이 죽거나 장애를 입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진지한 사죄와 보상을 할 때, 삼성이라는 기업에서 노동조합을 조직,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난 많은 노동자들을 원상 복직시켰을 때, 그때 잠시라도 믿어 주겠다.
하기야 내 믿음 따위가 삼성에게 무슨 의미일 까만! 자괴감만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