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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07. 2020

쌀밥나무를 바라보며

望流蘇樹(망류소수)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大覺而自奧*(대각이자오) 큰 깨달음은 절로 오묘하니,

滌除露玄覽*(척제로현람) 씻은 듯 깨달음은 나타나네,

醜惡咎曛曛 (추악구훈훈) 나쁜 일 탓에(세상은) 어둑어둑,

米花開世倬*(미화개세탁) 쌀 꽃 피니 세상은 밝아지네.


2020년 5월 7일 아침 출근길. 가로수로 심긴 이팝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흰 꽃은 멀리서 보면 마치 쌀밥이 열린 것처럼 보인다 해서 이팝나무라 부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는 모내기 철에 핀다 하여 이렇게 불렀다 한다. 어쨌거나 쌀밥에 대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흰 꽃이 복스럽게 나무에 피니 멀리서도 세상이 환하다. 꽃 피기 전에 다만 푸른 나무였는데 꽃 피니 眞理처럼 혹은 道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힌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의 망령,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삼성 이재용의 대 국민 사기극, 다가오는 5. 18의 비통함…. 어둡고 칙칙한 세상에 흰 꽃 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어찌하여 힘없고 빽 없는 우리는 이 많은 비극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당사자들은 단 한 놈도 반성하지 않는데…


* 僧肇(승조, 384 ~ 414): 중국 진나라 때 鳩摩羅什(구마라습)에게서 인도 龍樹(용수 – 나가아르주나, 대승 및 중론으로 유명함)의 대승불교를 공부했다. 그가 남긴 논문집 肇論(조론)은 대승의 空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 것으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썼다고 믿어지는 잠아함경 서문에 말 하기를 깨달음을 晉空姚爽(진공요상)이라 하였다. 즉, 깨달음을 오묘함에 견주었다.


* 滌除玄覽(척제현람): 『노자』 제10장 3에 이르기를 도를 이루려면 滌除玄覽 能無疵乎(척제현람 능무자호)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는 현묘한 거울(깨달음)에 낀 사악함과 꾸밈을 깨끗이 닦고 제거해내어 능히 흠이 없게 할 수 있는가?인데 현묘한 도를 이루는 방법론적 이야기에 해당한다.


* 米花: 엄격히 쌀 꽃은 아니다. 하지만 쌀밥을 ‘이밥’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말이니 쌀 꽃으로 차용할 만하다. ‘이밥’이란 말에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여러 어른들에게 들은 말을 종합해보면 참으로 계급적인 의식이 숨어있는 말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쌀밥은 백성들이 쉽게 먹지 못하고 양반님네들만 쌀밥을 먹었기 때문에 쌀밥을 표현할 때 이씨 조선의 '이'자를 더해, 즉 나라에 녹을 받아 먹는 자들이 먹는 밥의 의미로 ‘이밥’이라 부르고 이것이 ‘이팝’으로 격음화 현상이 생겨 오늘날 이팝나무에 옮겨진 것이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일반 백성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양반들은 흰 쌀 밥을 쳐드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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