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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14. 2020

기치

旗幟(기치)*


初考懷一握*(초고회일악) 처음엔 한 손에 움켜쥐고,

氣揚況觸元 (기양황촉원)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狹遠茫創紀*(협원망창기) 좁고 멀어 시작은 아득한데,

無心朝曞淸 (무심조려청) 맑은 아침 햇살 무심하여라.


2020년 5월 13일 아침나절. 학교 곳곳을 둘러본다. 심어 놓은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고 얼마 전 깔아놓은 코코 매트가 숲과 잘 어울려 기분이 좋다. 정문 쪽으로 돌아 나와 국기봉을 쳐다보니 파란 하늘과 어울려 매우 인상적이다. 요즘은 코로나 덕인지 하늘이 가을처럼 참 맑다. 


높고 길게 올라가 깃발을 달고 있는 봉을 보면서 내 젊은 시절을 떠 올린다. 뜻도 높았고 기세도 나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밑도 끝도 없는 자괴감만 밀려온다. 이 패배 의식은 이제 내 옷처럼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는다. 죽기 전까지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보지만, 갈수록 내 몸에 더 달라붙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다만 하늘에 맑은 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 旗幟: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 또는 어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사상이나 강령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나의 졸 시 중 한 구절을 차운함.


* 24시 품 高古(고고 - 고상하고 예스러움)의 시상을 용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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