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光獨露*
不斷法住中*(부단법주중) 쉼 없는 질서 중에,
何時顯此像 (하시현차상) 지금 모습으로 드러났구나.
又劫過不變 (우겁과불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니,
孤㝏發神光 (고개발신광) 홀로 신령스러운 빛을 내고 있구나.
2020년 5월 1일 늦게 핀 진달래를 만나다. 이제 다른 꽃들은 모두 시들어 떨어지고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가운데 홀로 꽃을 피워 신령스러운 빛을 발하고 있다. 오랜 인연의 끝에 마침내 지금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나서 잠시 지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것이다. 20대 젊은 시절 삶의 스승이셨던 철오스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문득 떠 올랐다.
바로 백장 회해 선사의 이야기다. 당나라 시대의 선승이었던 백장 회해는 유명한 마조 도일의 문하였다. 마조 도일의 스승은 남악 회양이요, 그의 스승이 바로 중국 선 불교의 정통 법맥, 즉 달마로부터 이어져 여섯 번째 의발을 받은 6조 혜능이었다. 백장 회해의 제자는 황벽 희운으로 이어지고 그의 제자가 바로 임제 혜조이다.
백장 회해의 선풍은 "하루를 무위로 지내면 그날은 굶는다"였다. 모름지기 수행자의 태도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며 오늘날 한국 불교를 생각해 본다. 아니 오늘날 이 땅의 모든 종교의 수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백장의 선시 중에 영광독로라는 구절이 있다.
靈光獨露逈脫根塵(영광독로형탈근진) 신령한 빛 홀로 드러내니 세상을 벗어나고
體露眞相不拘文字(체로진상불구문자) 본체가 드러난 참됨은 문자에 묶을 수 없네.
眞性無染本自圓成(진성무염본자원성) 참된 성품은 물들지 않아 원만한 본성이니,
但離妄緣卽如如佛(단리망연즉여여불) 헛된 인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라네.
* 百丈 悔海(백장 회해, 720~814): 중국 당나라 중기의 선승으로 馬祖 道一(마조 도일)의 문하이다. 6조 慧能(혜능)의 직제자가 南岳 懷讓(남악 회양)이고, 그 제자가 마조 도일이다. 그리고 백장으로 이어지니 그가 9대째 조사인 셈이다. 다음이 黃檗 希運(황벽 희운)이고, 이어서 臨濟 慧照(임제 혜조)이다. 백장산(百丈山)에서 살았기 때문에 백장이라고 부른다.
백장은 선의 규범인 百丈淸規(백장청규)를 제정해 교단의 조직이나 수도생활의 규칙 등을 성문화 했다. 그의 수도생활은 매우 준엄해 “하루를 無爲로 지내면 그날은 굶는다”라고 할 정도였다. 많은 제자가 그에게 모여들었는데, 그중에서도 黃檗 希雲(황벽 희운)과 潙山 靈祐(위산 영우) 두 사람이 유명하다. 희운의 제자가 임제인데 임제는 臨濟宗(임제종)의 종조가 되었고 위산은 潙仰宗(위앙종)을 개창하였다.
* 法住(법주)와 法界(법계): 모든 것은 無常하지만 무조건 무상한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因果關係(인과관계)가, 사물의 생멸변화에는 因緣和合(인연화합)의 조건이,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相依相關性(상의상관성)이 있다. 무상한 것들 속에 일정한 법칙이 常住(상주)하고 있는데 이것을 바로 ‘法住(법주, dharma-sth-iti)’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존재는 일정한 법칙(마치 물이 산소와 수소로 성립하듯)을 바탕으로 성립해 있다. 경전에는 이것을 ‘法界(법계, dharma-dhatu)’라 한다(잡아함 권 12). 여기서 ‘界’는 구성 요소나 그 단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존재들은 본래의 법칙을 그의 성품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法性(법성)이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각각의 법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모두를 합한 일체를 '諸法(제법, sarva-dh-arma)'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