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0.6.16.

by 김준식


오늘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 해체되었다. 기왕의 남북 간에 있었던 모든 거래가 그 폭발로 먼지처럼 날려간 기분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입으로 부르는 통일 노래가 절대로 통일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입으로 외치는 모든 남북한 관계에 대한 번지르르한 수사는 오늘 폭발로 다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아직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폭발로 날려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 분명 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끝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은 절대로 잊거나 버리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6월 30일에 쓴 글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당시에도 나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쇼가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우리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가 역시 그랬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는 약소 분단국의 대통령이 아니던가!


오늘 드라마처럼 남, 북, 미가 만났다. 그것을 보는 나는, 이 땅의 분단이 너무나 절절하게 피부로 다가온 날이다. 분단과, 휴전, 그리고 통일을 늘 잊고 살고 있었나 보다. 미국이라는 세력이 우리의 상황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오늘의 상황이 그대로 보여준다. 하루 종일 춤을 추는 언론 보도를 보며 내 마음속에 희망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 속에 희망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여 씁쓸하다.


북한의 김정은은 그것이 정치적이든 아니든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할아버지 김일성이 이루어 놓은 북한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역시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그것을 논외로 하자. 일단 북한의 상황은 그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매우 원색적이고 까칠하며 저돌적이다. 이 지점이 대한민국과 미국의 지도자가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김정은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나머지는 정치적인 고려가 더 작용한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은 2년 뒤면 퇴임한다. 그것으로 그의 임무는 끝이 난다. 설사 자신의 역할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간접적인 영향력 수준일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보여주는 지금의 Show는 미국 대통령 재선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서 약간은 부담이 되지만 트럼프의 행동은 대통령 재선을 위한 정치적 행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그런지 미국의 보수 언론들은 오늘의 쇼에 대하여 비관론을 쏟아낸다. 나는 그 보수 언론의 판단이 전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움직인 것과 대한민국과 미국이 움직인 것에는 분명 온도 차가 있다. 물론 평화는 우연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지금의 상황으로부터 평화가 올 수도 있다.(이 상황이 역시 슬프고 화가 나지만) 그러나 솔직하게 나도 비관적이다. 이익의 문제와 균형의 문제를 두고서라도 수많은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핵무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미국이 원하는 것은 Irreversible(불가역적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북한이 불가역적 상황을 만들었다는 대외적 쇼를 트럼프는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일방적 요구로 그러 쇼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한다 하여도 자국의 의지와 판단에 의해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싶은 것이 현재 북한의 입장일지도 모른다.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를 넘어서는 것은 현 단계에서 아무것도 없다. 누구는 이념의 문제를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념이란 결국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게 된다. 변치 않는 이념은 인류 역사이래 없었다.


오늘의 쇼를 우리는 냉철하게 비판하고 또 냉철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우리의 갈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하며 동시에 얼마나 무거운 길인가를 깊이 느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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