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오마이 뉴스의 대표기자로 계시는 오연호 님께서 보내 주신 “삶을 위한 수업”을 읽고 남해 상주중학교 여태전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그 후기를 다섯 번에 나누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책을 받고 그 날 하루는 정확하게 표지에 있는 글만 읽었다. ‘행복한 나라’ ‘덴마크’ ‘교사’ ‘가르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리고 맨 밑에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다.
‘Secrets to nurturing confident, creative and motivated students.’
번역해보면
‘자신감 있고 창의적이며 동기부여가 되는 학생들을 키워내기 위한 비밀.
공동작업을 한 저자인 마르쿠스 베르센과 오연호 대표기자의 이름이 나란하게 책의 제목 밑에 쓰여 있다.
나는 7살 때 국민학교를 입학한 이후 2020년 현재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다. 물론 약 20년 정도는 배우기 위해 그리고 30년 정도는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다녔다. 배우고 또한 가르치니 나름 기쁨도 있었다. 그렇다고 좌절이나 실망, 고통이나 후회가 없을 리 만무하다. 그저 그런 학생이었던 나는 그저 그런 선생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 나에게 학생 시절, 위 영어에 쓰여있는 자신감, 창의성, 동기부여가 없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신감은 제법 넘쳤다. 약간 부끄럽고, 또 원인은 잘 모르지만 내가 분명 잘 될 사람이라고 확신하며 산 것 같다. 창의성도 그렇게 없지는 않아서 여러 선생님들께 엉뚱하다는 비난을 제법 듣기도 했다. 학교로부터 받은 동기부여는 약간 자신이 없다. 어쩌면 동기부여는 학교에서보다 집이나 사회에서 더 많이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위 영어에서 말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학교 생활이었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든다. 정말 그랬나? 당시 나를 가르치던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 대부분은 이제 고인이 되셨거나 연세가 많으셔서 이 일을 확실하게 증명해 줄 수 없으니 조금 안타깝지만 나의 기억으로 대체하자.
문제는 내가 가르친 30년이다. 나는 과연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을 자신감 있고 창의적이며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으로 키워냈는가 하는 문제 앞에 서니 문득 난감해지는 기분이 든다. 고백하자면 나는 교사로서 30년 이상의 삶을 살아오면서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내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니 결단코 없다.
나는 위에서 열거한 내용을 염두하고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가르쳤는데 그 방법이 아이들을 자신감 있게 했는지, 아니면 창의성을 키우게 했는지, 동기부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표지를 넘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덴마크는 스치듯 지나 간 나라라 별 기억이 없다. 안데르센의 나라이며 낙농업이 발전한 나라로서 유럽의 잘 사는 나라 중에 한 나라라는 정도의 정보만 나에게 있다. 그 나라의 교육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도 없고 할 일도 없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나는 덴마크의 교육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책 표지에 덴마크라는 나라 앞에 ‘행복한 나라’라는 말이 있다. ‘행복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지극히 상대적인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행복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이 이 책 속에는 있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지만 30년 전 교사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배운 것처럼 그들에게 그대로 했다. 그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 처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가르친 탓에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이듬해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교육방법에 대한 아이들 나름대로의 지적이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흔히 요즘 말로 ‘뼈 때리는’ 말이었다.
드디어 내가 가르치는 방법을 회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나는 또 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해가 거듭될수록 내가 옳다는 아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아집을 깬 사람은 당시 같이 근무하며 아주 친했던 선배 교사였다. 스스로의 교육방법이 거의 누더기가 될 정도의 충고였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40대, 50대가 되고 퇴직할 때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참담하고 아프지만 사실이다.
제목 '삶을 위한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으며 하기로 하고....
책 표지를 넘길 용기를 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