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조금 누그러진 밤 시간 베토벤 7번 교향곡을 듣습니다. 극단적인 매파지만 비겁한 볼턴의 책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뉴스와 그렇게 문제가 되는 쓰레기를 다시 북한으로 보냈다는 뉴스를 듣습니다. 코로나는 여전하고 대한민국 국회는 새로 임기를 시작한 순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있습니다. 무소불위의 이 나라 검찰총장은 검언 유착의 두 당사자인 이모 기자와 한모 검사장을 모두 살리는 신묘한 마법을 전 국민을 상대로 시전함으로써 검찰 개혁이 우리 시대의 지상과제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 복잡하고 안타까운 세상이지만 그 모든 것을 저만큼 밀어내고 베토벤을 만납니다. 그 와 만나는 순간 잠시나마 영혼이 정화됨을 느낍니다.
음악의 구조는 세상의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음악에서 쓰이는 和音은 세상 모든 존재의 위계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음은 의지가 드러나는 단계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물질, 이를테면 우주, 자연, 질서 등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세상 만물의 토대로써 가장 느리고 무겁게 움직입니다. 음악에서 저음이 가장 느리고 변화가 없는 것도 같은 이치로 볼 수 있겠지요.
저음보다 조금 높은 중간 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 식물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 단계의 존재는 뚜렷한 개성이 없기 때문에 인식을 하기 위해 매우 정밀한 주의집중이 필요합니다. 음악에서 중간 음을 듣고 쉽게 그 음을 분별해 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음색이나 기타 미묘한 차이에 대한 조건을 뺀다면 말입니다.
이 고, 저의 음들이 함께 소리를 내기 위해 수직적인 위계를 가지는 상태를 푼크투스(화음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결된 상태 즉, 화성)인데 여기에 사용되는 화음에서, 가장 높은 선율(멜로디)은 의지가 드러나는 단계 중에서 가장 높은 자연 개체인 우리 인간의 지적인 삶을 나타냅니다. 동시에 이러한 선율이 엄청나게 다양한 것은 그만큼 개체의 생김새와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음악은 균형입니다. 특히(서양음악에서) 기독교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중세의 고 음악으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은 바로 균형(Aequilibrium – Equilibrium)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음악으로 베토벤의 음악이 있습니다.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은 곡 각자가 매우 균형적인 동시에 9개의 곡 전체가 훌륭한 하나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교향곡 제3번, 5번, 7번, 9번은 이를테면 매우 남성적이고 씩씩하며 직선적인 베토벤의 음악적 성향을 잘 보여 줍니다. 이것을 시간의 진행으로 표현한다면 메트로놈의 추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3번 교향곡 '에로이카'(영웅)의 4악장, 5번 교향곡 운명의 3악장과 4악장, 7번 교향곡(여기에는 표제가 없습니다.)의 1악장과 3악장, 9번 교향곡 합창의 4악장은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기관차처럼 에너지가 넘쳐납니다.
그런가 하면 4번 교향곡(여기에도 표제가 없습니다.)의 전 악장, 6번 교향곡 전원의 1, 2악장은 유려하고 동시에 순환적이며 지긋한 느낌을 우리에게 줍니다. 물론 교향곡 한 곡이 전체적으로 대단히 균형을 이루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겉으로는 혼란스럽지만 그 밑바닥에는 놀라운 균형이 깔려 있다. 그의 교향곡은 얼마 가지 않아 아름다운 조화로 끝을 맺는 치열한 난투를 드러내고 있으며,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물들이 생멸하고 끊임없이 공간을 넘나드는 세계의 본질을 충실하게 묘사한다. 그의 교향곡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격정,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절망과 희망을 미묘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해 놓았기 때문에, 영혼이 충만한 하늘나라에 있는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788Tmz9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