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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26. 2020

탄식

吁吁 탄식


暫聞醜作露 (잠문추작로) 넌지시 듣기로 추악한 계획이 드러나니,

自割略可憎 (자할략가증) 꼬리 자르기 계략, 가증스럽구나.

穹蒼不懼乎*(궁창불구호)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噫嗚不雷譍 (희오불뢰응) 아! 번개로 대답할 수 없음이여.


2020년 6월 26일 아침. 비 그친 여름 하늘은 참 맑고 투명하다. 구름 한 점 떠 있으니 운치조차 있다. 이 아름답고 상쾌한 풍경 밑에 있는 사람 사는 세상, 그것도 대한민국에는 정말 추악한 뉴스들이 많다. 보수 꼴통 종편 방송 기자와 검찰청의 간부 검사가 연루된 ‘검언 유착’ 사건도 그 중 하나이다. 아침 뉴스에는 어제 날짜로 그 종편에서 검언 유착의 혐의를 받고 있는 당해 기자를 잘랐다 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해당한다. 한자로 自割, 自切로 불리는 꼬리 자르기는 파충류 중 도마뱀의 주특기다. 그것도 몸집이 아주 작은 장지 도마뱀 등이 잘 쓰는 정말 비열하고 추잡한 기술이다. 아주 위급하여 자신이 잡아 먹힐지도 모른다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스스로 몸의 일부인 꼬리를 잘라 목숨을 보전하는 아주 비열하고 극단적인 방법이다. 


종편 스스로 기자를 잘랐으니 이것은 종편의 속성이 음습한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도마뱀처럼 낮은 시선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볼 리 만무하지 않은가?  늘 가지는 생각이지만 내가 이들을 벌 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번개를 부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 궁창은 하늘을 이야기 한다. 시경집전(주자의 시경 해설서)에 이르기를 穹은 言其形이요 蒼은 言其色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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