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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n 18. 2020

비 오는 날, 아침 생각

知其不可而爲之*(안 되는 줄 알면서 억지로 하는 것)


綠紅和是誼 (녹홍화시의) 녹색과 홍색의 조화가 적절하지만,

無因逆次見 (무인역차견) 볼 때마다 거슬리니 알 수가 없네.

不厭勿欲矯 (불염물욕교) 싫지도 않고 바로잡고 싶은 것도 아니나,

去春慕稀明 (거춘모희명) 지난봄 아스라 함을 그리워함이지.


2020년 6월 18일 비 내리는 아침. 목요일. 일주일의 피로감이 몰려오는 날이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다. 비가 오는 아침이라 모든 사물의 색감이 한층 더 선명하다. 학교 화단에 있는 아잘레아(Azalea, 서양 철쭉)는 여름이 가까워오면서 더 많은 꽃이 핀다. 붉고 선명하여 이 여름 화단을 환하게 한다. 


그런데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약간 거슬리는 느낌을 받는다. 분명한 이유는 없다. 꽃이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색이 조화롭지 않음도 아니다. 그렇다고 불쾌할 정도의 느낌도 아니다. 그저 살짝살짝 거슬리는 정도의 느낌이다. 비 오는 아침 생각해보니 우리가 보아 온 봄날의 진달래와 철쭉에 대한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되면 당연히 스러져야 할 꽃이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거슬리게 하는 모양이다. 


결국 나는 자연을 내 방식으로 보고자 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인가? 즉, 우리가 아는 진달래나 철쭉처럼 아스라한 봄날, 슬그머니 폈다가 소문 없이 스러져야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 계절에도 저렇게 강렬한 붉은색 꽃을 피우는 것이 또한 자연의 순리인가? 혹은 인간이 만들어낸 억지인가? 


* 論語 憲問(헌문) 편에서 石門의 은자 晨門(신문)이 공자를 지칭하며 설명하는 말. “안 되는 줄 알면서 억지로 하는 자(知其不可而爲之者).” 논어의 뜻은 거기서 멈추지만 『장자』 천지 편에서는 이 말을 “안 되는 것을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태도”라고 비유해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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