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
淺陋孤高不相及 (천루고고불상급) 비루함과 고고함은 서로 미치지 못하니,
一中相艮至守死 (일중상간지수사) 한 마음속에 서로 어긋나 죽음에 이르렀구나.
茫然雨中觀遠景 (망연우중관원경) 빗 속에 망연히 멀리 풍경을 보니,
雲霧起廢如生死 (운무기폐여생사) 안개구름 일고 흩어짐이 삶과 죽음이어라.
2020년 7월 10일 아침. 장맛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날, 서울 시장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고인을 알지 못하는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확인할 수 없지만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으로 미루어 내적 갈등이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죽음으로 본인의 과오를 지키고자 했다면 그는 매우 어리석다. 이미 저질러진 과오라면 죽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쨌거나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죽음의 소식을 들으니 비 오침 아침 그저 참담한 마음을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