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식 Jul 13. 2020

형태는 사라지고 정신은 남으니.

沒形遺神 (몰형유신) 


守神疏冗言 (수신소용언) 쓸데없는 말을 멀리하여 정신을 지키고

無勞爾無搖*(무노이무요) 수고롭게 하지 말며 그리하여 흔들지도 마라.

閉外以內愼 (폐외이내신) 밖을 닫음으로 안을 삼가니,

形似執旣㑃*(형사집기요) 모양 비슷해도 잡으면 어그러지나니.


2020년 7월 13일 점심시간. 맺혀있는 빗물을 본다. 아주 사소한 흔들림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계속 내리는 비에 다시 물방울이 맺힌다. 세상 일이 이와 같은데 주말 동안 뉴스를 보고 있으니 참으로 정신이 혼미하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맹목적 추종과 비난, 그리고 역사인식의 부재 등이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인지 몰라도 이미 적절한 선을 넘어 모두 극단으로만 치닫는 느낌이다. 하여 스스로 閉外하고 內愼해야 하는데 참 어렵다. 이 글을 쓰는 것조차도 폐외와 내신을 동시에 어기는 것이다. 나 역시 어찌할 수 없는 범부인 모양이다.  


* 무노이무요: 『장자』 재유에 있는 말이다.

* 형사집기요: 이십사시품에 있는 내용을 용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雨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