衆爲*
雨日示蛛家 (우일시주가) 비 오는 날 거미집이 보이네,
滴重嚲細絃 (적중타세현) 물방울 무게에 가는 줄 늘어졌구나.
彼此又這般 (피차우저반) 이것 저것 또 이것들,
遁離於眞性 (둔리어진성) 본성으로부터 멀어지나니.
2020년 7월 15일 아침. 아이들 체온을 재며 우연히 물방울 맺힌 거미집을 본다. 뭔가 새롭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에 현혹되어 절실한 일을 놓치는 경험을 늘 하게 된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내 천성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저것 관심을 두지만 정작 꼭 필요한 일에는 마음을 두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자주 겪는다. 이런 상황을 장자는 衆爲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중위’란 본성의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잡다한 일을 이것저것 손대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 아침, 그리고 자주 나의 태도가 이와 같다.
* 衆爲: 장자 칙양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