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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22. 2020

비 오는 날 홀로 읊다.

雨日獨吟


霖雨作窪窏 (림우작와오) 장맛비 웅덩이를 만들고,

淋畵同心漪 (림화동심의) 빗방울 동심원을 그리네.

粉綸眼前事*(분륜안전사) 어지러운 눈 앞의 일들,

活聲流畓巜*(괄성류답괴) 논도랑에 큰소리로 흐르네.


2020년 7월 22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거세게 내리다가 가늘어지더니 다시 거세진다.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오니 학교 운동장 곳곳에 웅덩이가 생겼다. 웅덩이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수많은 동심원이 생겼다 사라진다.


오늘 하루도 정말 다양한 일들이 저 쏟아지는 빗물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심한 것인지 아니면 무감각한 것인지 그런 세상의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모두들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기말 고사 기간, 오후에 학교에는 아무도 없다. 홀로 운동장을 보고 있자니 저 멀리 논도랑을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나만 복잡한 모양이다. 


* 정약용의 시 憂來 중 한 구절을 차운함.


* 活은 ‘살다’로 새기면 '활'로 읽히고 ‘물이 거세게 흐르다’로 새기면 '괄'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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