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생각

by 김준식


세상이 매우 혼미하다. 불과 10년 전 만 하더라도 비교적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악’은 이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선’과 혼재되어 있고, 심지어 ‘선’으로 위장하여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조차 없다.


혼돈의 세상이 도래했지만 우리의 인식과 의식은 갈수록 흐릿해지니 참으로 큰일이다. 반드시 ‘선’과 ‘악’을 구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선생이기에 최소한 ‘악’의 길로 따라가지는 말아야 하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는 있어야 한다.


하여 비 오락가락 하는 주말 저녁 본질과 현상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자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코나투스와 모나드


스피노자는 본래 랍비가 되려 했지만 유대교 교리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23세에 쫓겨나고 안경, 현미경, 기타 광학기기(17세기 천문과학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의 렌즈 갈이로서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렌즈 갈이가 생업이었던 탓에 유리 가루 등을 많이 마셔 40줄에 그만 폐질환으로 죽고 만다. 하지만 그는 에티카라는 불멸의 저서를 남긴다.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밝힌 코나투스는 외적 원인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실존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을 말하는데, 스피노자에 따르면 실존하고 있는 사물은 외부 원인에 의하지 않고서는 파괴될 수 없고, 각각의 사물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한 자신의 존재 안에 남아 있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개개의 물건은 신의 속성을 어떤 일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양태로서 신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능력을 어떤 일정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개물도 자신의 존재를 제거하는 어떤 것을 자신 안에 소유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 사물이 자신의 존재 안에서 지속하고자 하는 성향(능력)이야말로 그 사물의 현행적 본 질 뿐이라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본질을 “그것이 없으면 사물이, 그리고 반대로 사물이 없으면, 그것이 있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가 하면 라이프니츠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스피노자 죽었을 때 31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이미 스피노자의 사상에 영향받은 바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상에서 스피노자의 영향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인간적으로 그렇게 훌륭한 인물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현대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 의하면 그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 중 한 명이었지만 그의 사람 됨됨이는 존경할 만한 수준이 못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의 업적은 놀랍기만 하다. 특히 수학 부분에서 미적분의 선구로 불리고 있는데 미적분을 먼저 발명한 것은 뉴턴이지만 현재 전 세계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미적분의 기호나 이론은 모두 라이프니츠가 만든 체계를 쓰고 있다. 따라서 미적분의 실용화에 가장 기여한자가 바로 라이프니츠인 것이다.


그런데 그의 책 단자론에 등장하는 단자, 즉 모나드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는 놀랄 만큼 같다. 1675년에 완성되고 1677년에 출판된 에티카의 내용이 1714년 출판된 단자론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라이프니츠는 요즘 말로 에티카의 일부(바로 코나투스의 본질)를 표절했는지도 모른다. 워낙 라이프니츠가 유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나드(단자)의 성질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설명이 스피노자의 논증의 길과는 약간의 방법적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역사에서 표절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새 발의 피 같은 나의 지식으로 볼 때 표절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코나투스(conatus)를 정의하기를 외적 원인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실존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어떤 사물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라이프니츠는 단자에 대하여 '단자는 합성체를 구성하는 단순 실체를 뜻한다. 단순이라고 하는 것은 부분이 없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서술은 기본적으로 단자가 공간을 보는 관점에서 파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단자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단순성과 자체 통일성을 지닌 공간적으로 무한히 작은 입자다.


비슷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토요일 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를 생각해 보지만 갈수록 미궁이기는 하다.


얼마 전 JTBC에서 끝난 팬텀 싱어 시즌 3의 노래 한 곡을 소개한다.


Se Fossi Aria는 이탈리아 가수 Alberto Urso의 노래인데 제목 ‘당신이 공기라면’으로 번역되는 것으로 보아 사랑노래다. 테너 김민석과 베이스 김바울이 부른다. 어지러운 마음이 멋진 목소리에 조금 편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flEHXTV_9V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