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일 경남자영고 5년을 끝내고 역시 사천시에 있는 곤양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겼다. 농업계 특목고였던 앞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인문계 고교였지만 이미 농촌의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 학교 분위기는 어수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3학년 사회문화를 가르쳤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정말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시험을 위한 공부와 정말 세상을 위한 사회문화 수업을 병행하면서 나름 많은 갈등과 고민의 날들을 보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와 주어 여러 가지 실험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유독 나의 의견이나 견해에 동의와 공감을 많이 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나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대학 진학 희망을 법학과로 한다고 했다. 나는 사실 많이 말렸다. 법학을 전공해서 내가 얻은 것이라고는 사법시험의 실패와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기어코 법학과에 진학을 했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가끔 변화를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한 변화는 알지 못한 채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어제 그 아이가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나를 찾아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도교육청 홈페이지 스승 찾기에 검색을 해 보니 선생님의 위치가 나왔다면서….
오늘 오후 그 아이가 왔다. 잘 성장한 청년이 되어있었다. 그동안 수험생활에 고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밝고 환한 모습으로 우리는 마주했다.
경기도 지역에 발령이 날 것 같아 미리 발령이 나기 전에 찾아왔다면서 앞으로 얼굴 뵙기가 어려울 듯하여 왔다는 말에 감동했다. 작은 선물과 케이크를 들고 왔는데 케이크 위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우리쌤의 봄날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