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0일

by 김준식

며칠 동안 엄청난 폭우가 내리더니 반도 대부분은 물바다가 되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황토 호수가 된 곳도 있고 산비탈이 속절없이 무너져 사람들이 죽고, 댐 방류 물살에 인공 섬을 구하려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었다. 또 더러는 사람들을 구하려다 죽고 갑자기 불어난 물에 오도 가도 못하고 죽은 사람들도 있다. 모두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재앙 앞에서 신분이 나뉘는 사회가 결코 좋은 사회일 수는 없다. 재앙은 평등하지만 그것을 겪어내는 일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속절없이 당하는 농민들을 본다. 자연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거의 숙명인 농업이 가진 한계다.


도시가 생기면서 농민들은 도시 기능에 봉사하고 더불어 돈을 벌기 위해 지대가 낮은 하천 변 토지를 개간하여 작물을 심고 하우스를 씌워 땅을 쥐어짠다. 도시 사람들의 식탁을 위해 움직이는 농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을 자신의 지배하에 둔 것으로 착각하고 완벽한 통제를 통해 먹거리를 생산한다.


자본은 이 모든 것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듯했지만 자연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에는 엄청난 자본이 또 필요하다. 폭우로 제방이 유실되어 도시 기능이 마비된 몇몇 도시들은 이 정도의 폭우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농경지 침수의 원인이 된 댐 방류를 결정한 사람들 역시 그 정도로 빨리 물이 차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축제를 벌이기 위해, 혹은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깎은 산과 함부로 개발한 천변은 이제 사람들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갔다. 축제보다는 축대를 손 보아야 했으며, 관광보다는 보전에 힘썼어야 했다. 얄팍한 자본의 꾐에 빠져 함부로 훼손하고, 또 함부로 쌓아 올린 그 모든 것이 하루 저녁 폭우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더러는 이상 기후를 이야기한다. 맞다. 매우 이상한 기후다. 이 이상한 기후의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있음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태양열 패널을 설치한 산 사면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친환경 어쩌고 하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뻔뻔함을 본다.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산 등성이마다 설치된 패널들의 잔해를 보며 자본의 얄팍함과 그 자본에 휘둘리는 국가와 정책과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들…… 그리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람들을 본다.


태풍이 조금 있으면 온다 한다. 이제 피해는 충분하다. 제발 무사히 지나가기를!


사진은 구글에서 캡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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