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생각

by 김준식

나는 정치학을 대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다. 정치학 입문서 정도를 스스로 읽어 본 수준이므로 정치에 있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하지만 언제나 정치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다. (정치와 정치학은 사실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모든 것이 정치화하는 상황에서 정치학이라는 학문을 배웠더라면 현재의 상황을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희미한 아쉬움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는 전문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회의원은 조직상으로는 입법기관이다. 그런데 그들을 우리는 ‘정치인’으로 분류한다. 결국 ‘법’이란 ‘정치’의 산물이란 말인가? 나는 법학을 전공했다. 제법 길게 공부했다. 그러나 법학 서적 어디에도 법이 정치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는 공부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법 중에서 헌법은 정치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정치인’으로 불리는 그들은 ‘정치학’을 배우고 ‘정치인’이 되었을까? 아니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정치학’은 ‘정치 철학’이다. ‘정치’라는 말을(한자 政治) 백과사전에 찾아보면 핵심은 거의 ‘자아성찰’에 가깝다. 즉 도에 이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현실 ‘정치인’ 들을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정치학’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철학도 없이 정치를 한다고? 현실은 그렇다. 뚜렷한 철학이 없으니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무리를 짓는 순간 개인은 사라지고 무리가 개인을 지배한다. 간혹 뛰어난 개인이 무리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무리를 움직인다기보다는 무리의 의중에 따르는 쪽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무리 자체가 또 다른 힘을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정치판’이다. 싸움판, 개판, 놀이판, 투전판, ~판은 좋은 의미가 별로 없다. 무엇이든 ‘정치’로 해결하려 한다. ‘정치’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의견이 나뉘는 것인데 흔히 陣營이라 불린다.(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이렇게 전쟁용어로 표현하다니……) 자기 진영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확증편향, 이중 잣대 등 논리적 오류를 서슴없이 동원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뻔하다. 승자도 패자도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 지점에서 안타까운 것은(전쟁도 비슷하다.) ‘정치’는 다수 대중을 향해 있기 때문에, 진영 간 다툼으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막상 다투는 당사자들은 별 피해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진영은 항상 유동적이다.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그야말로 진흙 밭 싸움이 진영 간 싸움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인정하는 매우 단순하고 명료한 일도 이 판에서는 논란거리가 된다.


코로나가 다시 번성하고 그 원인이 특정 집단이라 하니 그동안 그 특정 집단과 같은 진영에 있던 찌라시들과 같이 손잡고 놀던 정치인들이 등을 돌리고 그 상대의 등판에 칼을 꽂는 모습을 본다. 이것이 정치인가? 철학이 없으니 다시 상황이 변하면 또 사이좋게 놀지도 모른다.


철학 없는 것과 생각 없는 것은 같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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