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 주위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있다. 나는 하루에 최소 한 번 그 길을 걷는다. 집에서 출발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약 6~7km가 된다. 걸으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또 새로운 계획, 혹은 시적 이미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동시에 운동의 의미도 있다.
그러나 사실 산책은 전혀 다른 의미다. 散을 破字하면 肉(고기 육)과 㪔(떼어놓을 산)이 붙은 형성 글자이다. 이를테면 고기를 한 점씩 한 점씩 떼어놓는다는 뜻이다. 策은 竹(대 죽)과 朿(가시랭이 치)가 합쳐진 역시 형성 글자이다. 가시랭이란 草端(초단 – 즉 까끄라기)을 의미한다. 즉 책은 아주 작은 계획이나 생각(竹 자는 죽간에서 비롯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잔 꾀나 잡생각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가 된다.(또 다른 해석으로 策을 지팡이로 풀이하기도 한다.)
따라서 散策이란 머릿속에 있는 잡다한 생각을 흩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천천히 거니는 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흩어버리고 머리를 맑게 하고자 하는 행동이 곧 산책이다. 문득 산책이 참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옛사람들은 산책을 하며 가늘게 시를 읊고(逍遙吟詠) 가늘게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微吟緩步) 경지에 이르고자 했다. 21세기, 코로나가 창궐하고 모든 것이 일촉즉발인 이 엄중한 시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여 저녁에도 연못을 다녀왔다. 결론은 산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