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나는 작은 면 단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같은 학교 젊은 선생님(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았음)들과 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같이 어울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러 가지 교육적 고민을 공유하였다. 밤늦게 아이들을 남게 하고, 주말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1987년 9월에 ‘전국교사협의회’가 창립되었고 같은 지역에 계시던 몇 분 선생님과 함께 그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다. 1987년 11월 내가 근무하던 지역의 초등학교 교장이 젊은 여선생님에게 뭔가 부당한 지시를 하는 바람에 그 지역 교육장에게 ‘전교협’의 이름으로 항의 방문을 하면서 교사로서 처음으로 기관과의 대척 점에 서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일로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실에 서너 번 불려 갔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징계처분까지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988년 봄, 은근히 학교현장에서 우리를 압박해오는 당시 막강한 교원단체였던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독재정권에 부역한 부정한 역사를 밝히는 대자보를 교육청 게시판에 게시하고 유인물을 만들고 배포하였다. 경찰이 개입되었는지 학교에 경찰이 서너 번 찾아오기도 했다.
全敎祖鑄備委員會가 결성되면서 학교 현장은 감시와 통제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교사 상호 간 불신, 그리고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해서 1989년, 영광스럽게도 나의 교직생활에서 마침내 ‘전교조’가 탄생하게 되었고 나는 조합원이 되었다.
1989년에서 1994년까지의 이야기는 건너뛰고,
1999년 합법화 당시 나는 학교 분회장을 맡고 있었다. 분회원이 40여 명이 넘었는데 합법화 직전까지 10여 명도 되지 않던 분회원이 합법화된 다음날 30여 명의 선생님이 가입을 하셨다. 나는 이 일로 당시 지역의 지회장과 그리고 지부장과 많은 논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 가장 수업과 학교 업무를 등한시하고 교사 사이에 국외자였던 선생님들이 전교조가 합법화되자 가장 먼저 가입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가 여러가지 사업을 벌이면서 판매했던 조기, 버섯 등을 한 번도 구매해주지 않던 사람들이 이렇게 합법화의 흐름을 타고 가입원서를 냈을 때의 낭패감과 참담함을 나는 사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2005년 농업계 학교로 옮기면서 다시 분회장을 맡았는데 그 학교는 단 세 명만이 조합원이었다. 어찌어찌하여 십여 명까지 조합원을 늘렸으나 농과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께서 한 동안 우리를 경계하였고 그 학교에서 나올 때쯤에야 비로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정도로 학교 현장은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을 때 시골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었는데 법외 노조 통보가 있은 뒤 일주일 만에 조합원 10명 중 4명이 탈퇴하는 것을 겪으면서 알 수 없는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노동조합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도 우리는 파업조차 할 수 없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볼모로 파업을 하여도,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도 파업을 통해 그들의 권리를 찾고 또 정부는 수 차례 무릎을 꿇었고 또 대화를 유지한다.
우리는 학생을 볼모로 파업하지도 않았고, 월급 올려 달라고 단 한 번도 파업한 적 없다. 학교 현장에 교육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부당함과 불편함을 호소했고, 오직 학교 민주화와 민족교육, 통일교육, 평화교육에 앞장선 것이 전부다. 부당한 교장과 교감의 지시에 정당하게 항의했고 그 결과 학교 현장은 엄청난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이제는 학교 내 민주화의 정도를 그 학교의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우리에게 폭압을 행사한 독재 정권과 비민주적 정권도 정말 싫고 무서웠지만 2020년 지금 당장 무서운 것은 조합원의 절대적인 감소다. 나는 기억한다. 처음 우리가 한양대 창립식에서 외쳤던 구호를!
“40만 교사 단결하여~~~”
하지만 지금 조합원은 겨우 5만이다. 물론 이 숫자도 많은 숫자라면 많은 숫자다.
다시 합법화의 깃발을 올린 전교조가 나아갈 길은 여전히 험하고 거칠다. 1989년 창립 당시처럼 정권과 각을 세우는 시기도 지났다.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것은 학교 내, 외의 새로운 교육적 의제를 발굴하고, 관료들에 의해 장악된 교육부가 쏟아내는 분별없는 교육정책을 막아내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가장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이 서로 연대하고 그 연대의 힘으로, 마침내 당당하고 아름다운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아름다운 희망의 꿈을 우리는 계속 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