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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Sep 09. 2020

밤중에 조용히 앉아.

靜夜坐* 밤중에 조용히 앉아.


無事則存心*(무사즉존심) 일이 없으면  마음을 보존하여,

摧折茂我山*(최절무아산) 내 마음속에 무성한 산을 허물어라.

纔秋風沬� (재추풍매류) 가을바람 불면 결심은 희미해지나니,

何時到正覺 (하시도정각) 언제 깨달음에 이를까?


2020년 9월 9일.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시원해지기 시작한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다. 매년 더운 날씨를 견디면서 다짐한다. 시원해지면 책도 열심히 읽고 글도 열심히 써야겠다고. 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늘 그 결심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마음을 놓아 몸에 맡겨버린다. 그러니 책은 언제 읽고 글은 언제 쓰겠는가? 깨달음! 웃기는 이야기다. 마음속에 자라는 저 무성한 번뇌의 산을 꺾지 못하니 깨달음은 멀고, 수미산은 광막하여라.


* 중국 남송시대의 선승 冶父道川의 게송 중 한 구절을 차용함.

* 격몽요결 持身章 第三

* ‘산림(山林)’의 뜻으로서 “我相과 교만의 산을 허물고 공덕의 숲을 잘 가꾸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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