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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06. 2020

가을날 불현듯

秋日應會*(추일응회) 가을날 불현듯


䒌嶂忽隱現 (명장홀은현) 검푸른 산, 문득 사라졌다 나타나니,

往來但見聞 (왕래단견문) 시간은 다만 감각이었구나.

靜坐無別事*(정좌무별사) 일 없이 고요히 앉으니,

千年如一瞬*(천년여일순) 천 년이 한순간이로다.


2020년 10월 6일 오전 5시 30분 새벽. 아름다운 우주의 오늘이 이제 시작되는 모양이다. 검붉은 하늘 아래 산들의 검푸른 실루엣이 보인다. 이 기막힌 우주의 새벽, 한 없이 깊어져야 하지만 내 머리는 갈수록 텅 비어 가고, 내 마음은 그저 가벼운 것에 끌린다. 10월이 벌써 엿새나 지났다.  


* 應會(응회): 중국 西晋(서진)의 문인인 陸機(육기)의 文賦(문부)에 등장하는 말로서 ‘와도 막을 수 없고, 가도 붙들 수 없는’ 돌발적인 만남을 말한다.


* 소식의 司命宮楊道士息軒(사명궁양도사식헌) 중 한 구절을 차운함.


* 예운림의 浮玉山居圖(부옥산거도) 跋文을 용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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