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葉
離邊非其中*(이변비기중) 변두리에서 떠났다고 중심은 아니며,
棄木亦滅基 (기목역멸기) 나무를 버리니 근본조차 없어졌구나.
無化隨秋風*(무화수추풍) 생각을 멈추고 가을바람을 따르다가,
不期綰松皮 (불기관송피) 우연히 소나무 껍질에 걸렸구나.
2020년 11월 7일 오전. 가을 산을 걸으니 오색이 찬연하다. 큰 소나무 밑둥치에 우연히 걸린 작고 붉은 낙엽을 보며 낙엽의 마음이 되어 글을 쓴다.
* 離邊非中: 원효 스님의 이야기. 극단을 떠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다. 玄玄寂寂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 無化(das Nichten):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馬丁海德格爾)에 의하면 존재자인 인간이 대상물을 관찰할 때 자아로부터 대상물로 의식이 옮겨가는 순간, 자아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특정 대상물로 옮겨간 의식 탓에 약간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Sein und Zeit; 존재와 시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