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씨 바주크 용병

Metropolitan Museum of Art 그림 여행(2)

by 김준식
Gérôme-Black_Bashi-Bazouk-c._1869.jpg Bashi-Bazouk, 1869.

Bashi-bazouk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머리가 돌아버린’ 혹은 ‘머리가 손상된’의 뜻을 가지고 있고 조금 의역해보자면 ‘명령을 잘 따르지 않는’ 또는 ‘지휘할 수 없는 무리들’ 이란 뜻의 투르크 말이다. 일반적으로 오스만 튀르크를 위해 활동했던 특수한 비 정규군을 이렇게 부른다. 주로 이들은 알바니아 사람들과 체르케스 사람들이었는다. 이들은 정규군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매우 용감하여 서양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전공을 세워 서양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또 이들은 매우 잔인한 무리로 알려져 있다.


잔인함은 사실로 나타난 현상을 말하기 쉽다. 하지만 그 잔인함의 바탕을 이해하면 잔인함이 단순히 전쟁이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격정적으로 일어난 일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장자’는 『장자』 천운에서 잔인함의 근본은 ‘노자’의 입을 빌려 ‘仁義’라고 말한다. 인의란 결국 제한이요, 누군가(국가, 성인, 집단 등등)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하고 어리석은 행동의 경계라고 본다면 그것만큼 사람을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바씨 바주크의 비 정규군이 아무리 잔인하다 하더라도 각 나라의 품위 있는 지도자가 인의를 주장하며 죽인 수많은 사람들에 비교될 수 있을까?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예술적 프리즘은 아카데미즘을 거부하는 사실주의 회화에서부터 매우 아카데미적인 역사화까지 광범위한 폭을 가진다.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사실주의의 대표자라는데 의의가 없듯이 쟝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은 아카데미즘의 대표자이자 역사 화파의 계승자로 인정받은 이를 테면 쿠르베와는 결이 다른 예술적 상황에 위치한 화가였다.


제롬은 16세 되던 해(1840년) 역사화가인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의 파리 작업실에 수습생으로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843년에 들라로슈의 작업실이 문을 닫게 되자, 제롬은 스승과 함께 이탈리아로 간다. 거기서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정확함, 그리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익히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을 평생 이어가게 된다.


제롬 회화의 주제는 역사적 시공간을 주요한 무대로 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로마시대 검투사의 이야기를 표현한 ‘검투사들(Pollice verso)’이나 ‘시저의 죽음(Mort de César)’등은 마치 그 당시 사건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롬이 묘사한 역사적 시공간 속에는 당시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근위병들의 결투(Suites d'un bal masque)’는 당시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무기로 추정되는 것을 들고 있는데 개인용 소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으로 이 그림의 주인공이 군인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규군은 아니다. 왜냐하면 실크 튜닉(윗도리 옷을 통칭하는 말)이 그 원인이다. 약간 번들거리는 실크 소재 위에 심지어 레이스를 수놓은 이런 종류의 옷은 주로 귀족 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이미 이 시절부터 정규군은 제복이 있었는데 초창기 제복은 거의 대부분 검은색 일색의 거친 직물의 옷이었다. 분홍색을 띠고 있는 이 상의는 바씨 바주크라는 비 정규군의 특징인 약탈의 증거로 사용되었다.


머리에 쓴 모자 역시 정규 군인의 모자는 아니다. 터키 전통의 터번과 알바니아 전통 모자, 그리고 아프리카 특유의 장식을 교묘하게 응용한 이 모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이 병사가 흑인인 것을 감안하여) 다른 종족의 모자를 약탈로 빼앗은 다음, 병사 자신의 부족들이 즐겨 쓰는 독특한 장식을 부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롬은 1868년 근동 여행 중 마주친 이런 모습의 병사들을 떠올리며 여행에서 돌아와 스튜디오에서 기억을 되살려 모델을 장식한 후, 모델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어쩌면 제롬은 실크 튜닉과 독특한 터번 모자를 쓴 잔인하고 용맹한 바씨 – 바주크 용병을 묘사함으로써 이미지의 대립을 보여준다. 즉 부드러운 실크, 특이하고 유려한 장식의 모자를 쓴 잔인하고 용감한 병사를 묘사하여 제롬 당시 프랑스의 이중적인 회화의 경향과 더불어 복잡한 시대 상황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