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살짝 덥기까지 하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제법 비가 거세다. 늦가을 비 내리는 풍경은 조금 을씨년스럽다. 가을 답지 않게 습도가 높다. 이러다가 목련 꽃 피겠다. 나의 눈에 비치는 풍경이다.
사실 風景이라는 단어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바람과 햇볕이라는 글자가 서로 붙어있다. 바람이라 함은 변화의 느낌, 즉 동적인 모든 것을 말함이고 햇볕은 당연히 그 반대쪽에 있는 정적인 모든 것을 대표하는 글자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風景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공간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푼크투스 콘트라 푼크툼는 음악 용어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대위법으로 풀이된다. 대위법이란 음악에서 독립된 선율을 동시에 2개 이상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악곡으로서 음의 수직적 결합(화음, 화성)과 수평적 결합(멜로디)이 동시에 갖추어지도록 만들어진 작곡의 방법이다.
동적인 風이 멜로디라면 정적인 景 또한 멜로디이다. 즉 두 개의 수평적 상황이 절묘하게도 수직적으로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또 오늘처럼 내리는 비는 중첩된 수직적 화성이 되어 더욱 풍부한 감상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가을날이 그러한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덥다.
엑슬 로즈라는 걸출한 보컬이 이끄는 건샌로지스(Gun’s N Roses)라는 메탈과 락의 중간(하드 락)에 있는 그룹이 있다. 80년대 그룹이니 이제는 나이들이 꽤 들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부른 11월의 비(November Rain, 1991년 앨범)라는 음악이 있다. 오늘 밤까지 비가 온다면, 그리고 조금만 날씨가 쌀쌀해진다면 썩 어울리는 노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