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by 김준식

시험 기간 이틀 째….


오후가 되니 학교가 적막해졌다. 샘들도 아이들도 모두 가 버린 학교에서 홀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뒤적인다. 물론 써야 할 보고서가 나를 누르지만 미세먼지로 불투명해진 이런 가을 오후에, 이 정도의 게으름은 눈감아 줄 만하다.


지금부터 완전히 겨울이 오기 전까지… 밤낮의 기온 차이가 많이 날수록 인간의 감상은 풍부하고 깊어지는 것이 틀림없다. 하여 가을에는 음악도 글도 다르게 느껴진다. 오로지 나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아주 단순한 악기 연주나 음악일수록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는 것을, 더욱이 이런 계절에는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그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베토벤의 합창에서 테너의 솔로 부분이 4악장 합창 부분 전체를 지배하고,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에서 앞부분의 브렌델의 피아노 반주가 디스카우의 노련한 음색만큼 강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흐의 첼로는 그러한 논리의 정점에 서 있다.


이 가을 책도 열심히 읽고 음악도 많이 들을 일이다.


린다 러셀이 부르는 밤과 꿈을 한 낮 홀로 들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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