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by 김준식

1.

음악 감상은 다른 예술과 달리 시간이라는 매개 변수가 작용한다. 단번에 직관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호하고 동시에 불완전하다. 대부분의 예술들은 시각에 의존하지만 음악은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좀 더 엄밀해지거나 혹은 좀 더 복잡해진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눈보다는 귀가 좀 더 분별력이 높기 때문이다.(불교에서 말하는 감각의 위계, 즉 색, 성, 향, 미, 촉의 5감) 거기에다 시간의 변수는 이 감각을 유지시키는 굉장한 에너지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집중해야 하거나 혹은 분석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이유가 시간이라는 변수를 가지는 음악의 본성 때문인 셈이다.


2.

금요일 밤, 나의 공간에 바흐의 Oboe Concerto D minor 가 흐른다. 균형과 반복의 울림은 禪처럼 고요하다.


잠시 전 Wolfgang. A. Mozart의 음악을 들었다. 요란하다. 근세 서양의 허세가 그대로 음악에 있다. 내부적 반성과 번민이 없는 음악은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Beethoven은 그와 대비하여 번민의 모습이 역력하다. 개인적 불행이 그 원인이라지만 그가 왜 모차르트보다 늘 더 우세한 평가를 받는지 음악이 말해준다.


밤은 반성의 시간이다. 하루 종일 내가 행한 모든 일과 내가 뱉은 모든 말들이 화살이 되어 내 몸에 박히는 시간이 밤이다. 붉은 피 흐르는 반성 없이 또 내일을 맞이한 것이 도대체 몇 날 인가. 그렇게 삶이 굳어지고, 습기가 마르고 바람에 흐트러지면, 마침내 다가온 체념의 순간이 곧 죽음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kMEEwKc1qrc - Oboe Concerto D minor


https://www.youtube.com/watch?v=gb1tnmgPEFo - Mozart Piano Concerto No.21


https://www.youtube.com/watch?v=HDxE_fokp4E - Beethoven Symphony No.6 "Pastorale", 2nd 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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