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낮

by 김준식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검찰과 그 주변을 맴도는 온갖 잡스런 이야기들이 정말 정말 중요한 모든 문제를 덮어버리는 이 기막힌 상황을 주말 내내 넌더리 나도록 보고 있다.


영국 사람 톨킨의 이야기 속에 악의 화신인 사우론이 있는 곳은 모르도르(Mordor) 라는 곳인데 요정어로 검은(mor) 땅(dor)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모르도르의 특징은 커다란 화산이 있다. 톨킨의 묘사로 볼 때 모르도르가 어두운 이유는 모두 이 화산 때문이다. 톨킨은 실제로 그의 작품에서 다양한 대륙을 창작할 때 실제 영국의 여러 지형을 참고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반지의 제왕에서 모르도르에 대한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었고, 결과적으로 인상적인 악의 땅이 영화에서 멋지게 구현될 수 있었다.


톨킨이 묘사한 악의 세계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경계 지점에 있다. 검은 산 정상에서 붉은 용암이 끓어 넘치는 장면은 우리가 상상하는 악의 세계 그 자체다. 단테의 신곡에서 루시퍼가 지키고 있는 그 마지막 지옥도 그렇게 표현되어 있다.


하루 종일 나는, 지금 내가 듣고 보고 있는 지금 여기가 모르도르처럼 검은 산에 붉은 용암이 끓어오르는 악의 세계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 땅에서 검찰이 현재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 원초적인 이유는 불완전한 해방에 있었다. 일제시대 한반도의 치안을 담당했던 총독부 권력의 주변부에 있던 친일 검찰, 경찰들이 해방 후에 그대로 그 권력을 유지한 채 단 한 번도 그 권력을 내놓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렀다. 군정 시대 최초의 총장이었던 김찬영은 일제 시대 법관양성소 출신이다. ‘임영태의 다시 보는 해방 전후사’에 의하면 해방 이후 검찰 및 법관에 임용된 사람들 대부분은 친일 사법관료들이었다.


권력은 항상 또 다른 권력과 상호부조를 통해 성장한다. 친일 행적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검찰은 반공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성장하였고, 정치권력 역시 친일의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 반공 검찰과 손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형성되었고 70년 동안 단단해진 권력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 되었다. 이 권력을 축소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다. 하지만 반드시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 검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정상적인 세상을 위해서.


오늘도 모르도르의 검은 화산 꼭대기에는 붉은 용암이 끓고 그 위로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사우론의 약점인 절대반지도 없다. 반지만 녹여버리면 그만인 영화와 달리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는 좌절감과 열패감 만이 주말 내내 나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내가 촬영한 사진이 마치 모르도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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