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politan Museum of Art 그림 여행(5)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동양의 그림은 압도적으로 일본 그림이 많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서양 사람들의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이 그림은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많지 않은 중국 그림이다.
중국은 참으로 다양한 민족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漢나라에서 기원했다는 漢族들이 중원을 지배했지만 그 사이로 강력한 북방 여러 민족들이 중원을 지배하였고 마침내 중원의 마지막 왕조 국가는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였다.
한족이 중원에서 세운 나라는 최초의 통일 왕국이었던 진을 시작으로 한, 위, 진, 수, 당, 송, 명으로 이어지는데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제일 오래 버틴 나라가 400년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한족이 중원을 통일하면 북방의 이민족들도 갑자기 자신들의 부족을 통일하고 강력해졌다. 그리하여 중원을 공격하여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북방 이민족이 세운 나라 역시 오래가지는 못하였는데, 중원의 지배자가 되는 순간 북방의 강인함을 잊어버리고 解弛해지는 특성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본다.
송나라 시절, 북방에는 거란과 여진 그리고 몽골이 강력해졌다. 먼저 거란의 요, 그다음 여진(만주)의 금, 마지막으로 송을 멸망시킨 몽고의 원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였다. 몽골이 원나라가 되고 중원에 정착하면서 몽골 역시 급격히 쇠락해지고 방만해졌다. 이 틈을 비집고 한족이 세운 나라가 명이다. 명은 한반도의 임진왜란을 원조하면서 급격히 약해지고 동시에 북방의 만주족(후금)이 침략해오자 마침내 망하게 되는데 그 명나라 말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살다 간 화가가 이 그림의 작가인 陳洪綬(진홍수; 첸 홍쇼)다.
홍수는 어릴 적부터 탁월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젊은 시절 벽에 그린 관우상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藍瑛(남영; 란 잉) 문하에서 배웠는데 매우 독특한 인간의 형상과 풍경, 꽃과 새를 그리는데 능숙했다. 두텁고 깊이 있는 운필과 정교한 색감을 살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남겼다. 명나라가 망하자 잠시 머리를 깎고 세상을 등졌으나 곧 환속하여 남쪽 항주로 이사하였고 거기서 그림을 그려 생계를 꾸리다 죽었다.
이 작품은 1627년 거의 명나라가 망해가던 무렵 곳곳에서 만주족이 침범하여 국경 지역을 뺏기자 이에 굶주린 농민들이 노략질을 하는, 세상인심이 흉흉하던 시절에 그린 그림이다. 그가 그림 옆에 직접 써 놓은 글에 그의 이런 복잡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번역을 해 보아도 정확하게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작가 사후에 미술상들이 모아놓은 11개의 연작 중 하나다. 비단에 채색.
復喪地數千里,其尚復言及此事耶!弟心幸局外薄田可耕,第慮紅巾白梃起于吳越爲盜糧也.此間尚有數日酣飲,定過我兄.朱家兄弟各道旨囑筆致懷.宗老、燕老法兄各爲弟道意.平老社兄我師.小弟洪綬
다시 천리를 잃고(나라를 뺏기고) 이런 이야기를 다시 또 하고 있다니! 저는 운 좋게 교외에 농사를 지었으나 吳越의 도적떼들이 내가 지은 것을 뺏어 가지는 않을까 염려합니다. 며칠간 술을 즐겨 마시다가 불현듯 형님에게 가겠습니다. 주 씨 형제들이 각자 자신들의 문제를 물어봅니다. 저를 종노와 연노 두 분처럼 기억해 주십시오.(종 노는 당시 유명한 문장가인 장대를 지칭) 나의 벗이자 형이며 스승이신 평노 선생에게. 당신의 동생 홍수.
파초로 보이는 큰 잎사귀를 자리로 깔고 앉아 옆에서 서책을 쌓아 팔걸이를 만들었다. 이미 술에 만취한 듯 불그스레한 얼굴과 나른해 보이는 자세로 있는 자신을 그렸다. 그 옆에는 제법 큰 술독과 과일과 비슷해 보이는 것을 담은 굽 접시가 놓여있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한 때는 士族으로 살았음을 표현하는 서책을 옆에 두고, 세상을 등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기도 힘든 자신의 처지를 아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