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6.

by 김준식

1. 換局

역사는 가정이 없다. 하지만 역사는 늘 교훈을 준다. 광활한 강역을 가졌던 우리의 상고사를 현재의 강단 사학자들은 대부분 견강부회라고 일축한다. 그 위대한 우리 상고 역사에 대한 기록은 조각조각 흩어져서 이제는 복원의 가망조차 없지만 더 불행한 것은 그것을 부여잡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사라져 가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 위대한 역사는 고려로서 그 끝을 맺고 고려왕조를 무력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조선은 스스로 중국의 작은 제후국임을 자처했으니 바로 여기서부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불행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명나라에 의존하여 임진란까지는 어찌어찌 유지하다가 청이 서자 갈피를 잡지 못한 조선은, 청에게 거의 복속되어 조선말까지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된다. 그 뒤에 일본이 그리고 미국이 우리의 숨통을 쥐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그때마다 이 외세에 빌붙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피와 살을 유린한 세력들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2020년 지금도 그러한 상황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換局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정치적 실권이 바뀌는 것을 이야기한다. 좋은 의미로 보자면 정권교체다. 왕은 그대로 둔 체(가끔은 왕의 존립 기반도 흔든다.) 정치적 실권을 서로 바꾸는 것인데 정권교체라고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환국의 장면에서 엄청난 살육과 응징이 온 나라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1680년 처음 경신환국이 있었고 그 뒤로 6~7회의 환국이 있는 동안 조선 사대부의 정통성과 기개, 그리고 선비정신은 완전히 피폐해지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선비의 기개와 정신은 이 상황에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더럽혀진 뒤, 본질조차 거의 形骸化 되고 말았다.


2. 변증법

변증법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모순을 통해 진리를 찾는 철학적 방법이다. 모순이란 말 그대로 서로 반대되는 논리를 말한다.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이 다른 상황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수긍할만한 하나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식인데, 역사발전을 이것을 이용하여 보는 입장이 있다.


대한민국에 59년을 살면서 나는 조선의 換局과 비슷한 장면을 몇 번 보았다. 그때마다 조선의 환국 장면에서 일어난 일들이 떠 올랐다. 조선 역시 換局의 장면에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명분도 논리도 없는 이유로 상대를 압살 하였듯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변증법이라는 논리 도구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극단의 대치가 과거로부터 2020년 세밑까지 이 땅에 있을 뿐이다.


3. 갈등

내가 속한 여러 종류의 집단은 각각 그 성격이 다르다. 성격은 다르지만 정치적 지향점은 비슷했다. 하지만 2019년 9월 이후로 나는, 가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보는 것에 일단은 동의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든다면 영혼 없는 친일이나 친미를 나는 반대한다. 뿐만 아니라 반 민중 친 재벌을 반대한다. 또 약자이면서 강자의 편을 드는 것과 강자도 아니면서 강자의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런데 내가 속한 일부 집단은 나의 이러한 정신과 전혀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집단에 있어야만 한다. 당분간. 갈등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