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법학은 법 해석학이었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법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 때문이기는 했지만 법 제정권자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제정된 법을 어떻게 풀이해 낼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그러면 법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형법을 보자. 국가 형벌권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는데 국가 형벌권의 근본은 무엇인가? 그 근본 취지는 대다수 국민의 평화로운 삶과 안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침해를 국가의 권력으로 소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적극적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형법은 372개 조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서 파생된 특별법과 각종 시행령, 조례, 규칙까지 따지면 거의 일상의 행동에서도 법령 위반의 우려가 있을 정도로 촘촘한 법망이 짜여 있다. 하지만 이렇게 촘촘하게 짜인 법망도 완벽하지 않아서 매일 수많은 위반사례(범죄)가 속출하고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해 또는 침해를 구제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 권력을 위임받아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촘촘한 법망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거나 또는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법의 범위를 분명 심각하게 벗어났고 그 행위가 구체적 법률에 명시되어 처벌의 수준까지도 명확한데 어찌 된 일인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벌을 받거나 심지어 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 따위는 개에게 줘 버렸나 보다.
이것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왕조시대에는 왕에게 적용되는 법과 귀족에게 적용되는 법, 그리고 일반 백성들에게 적용되는 법이 달랐다. 그 이유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왕이요 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자기 마음대로 법을 늘이고 줄였다.(물론 각국마다 법전이 있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반 백성의 의지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
21세기 민주공화제의 대한민국에서 위의 사례와 같은 법 적용의 차이가 있다면 법을 만드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이 증명되며 그것은 우리가 왕조시대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 이재용의 2년 6개월 징역형은 우리의 법이 여전히 불평등하며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법을 적용하여 법적 안정성을 파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3조(특정 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조문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 처벌한다. <개정 2016. 1. 6., 2017. 12. 19.>
1.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불과 5년 전인 2016년에 개정된 이 법은 오늘 판결로 사문화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