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설날, 코로나, 시간.

by 김준식



1. 1912년 설날, 탑원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


백탑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명절(설날로 추정됨. 왜냐하면 도소란 설날 아침에 마시는 소주를 뜻함 - 이견도 있음) 날 아침 벗들과 나라를 고민하는 풍경. 이때 이미 국권이 침탈되어 조선은 없고 일본만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편히 모여 설날을 보낸 이들이 과연 나라를 걱정했을까 하는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모인 이들 중에는 최린(1912년이니 아직은 친일파로 변절하기 전)도 있었는데 나중에 친일파로 변절한다. (1919년 3. 1 독립선언을 한 이듬해 1920년부터 친일 행각을 드러낸다.) 코로나 없던 그 시절 그래도 모이는 것은 자유였을 것이다.


그림을 그린 이는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이다. 초기의 화풍은 그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장승업의 화법을 주로 따랐다. 후기에는 남, 북종이 융합된 절충 양식을 토대로 원숙한 화풍을 이룩하였다.


이사훈을 필두로 동기창 등이 완성한 동양화의 화풍으로서 전문 화공들처럼 외면적 형사(形似 - 모양)에 치중하여 그린 기교적이고 장식적인 그림이 북종화라면, 송나라 시대 선종 불교와 도교의 영향으로 마음의 모습이나 관념의 현현처럼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세계를 묵필로 담백하게 그리는 사대부 또는 문인들의 그림을 남종화라 칭하는데 안중식의 그림은 이 두 세계를 아우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 2021년 설날, 시간.


모여서 술 한 잔은커녕 부모 자식 간도 집합 금지에 위반될 것을 걱정하여 모이지 않는 미증유의 상황을 그런대로 겪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에 바이러스의 창궐을 손꼽는 것으로 보아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파멸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그 바이러스가 2020~21년의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바이러스라는 독재자에게 고통받고 있는 존재일 뿐이다. 2020년은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기이하게도 여전히 존재하는 2021년의 시간이고, 또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어떤 시간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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