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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May 17. 2020

좋아하는 장소가 생겼다.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장소,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주말에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고 있었다. 지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입구가 보였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그 길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된 길을 나오자 상수역이 보였다. 그곳은 상수역 근처에 있는 '한강공원 상수 지하보도 진출입로 1'이었다. 우리는 처음 보는 길에서 곧장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중간에 보이는 장소들을 탐색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다.


대복식당

시간은 오후 1시였다. 그리고 우리는 대복식당을 발견했다. 친구와 술을 먹을 생각은 안 했지만 장소가 술을 먹게 만들었다. 옛날 시골집 풍경에 벚꽃이 핀 장소에서 우리는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결의와 같이 막걸리를 부딪혔다. 참으로 오랜만에 낮술이었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막걸리가 달았다. 각 1병, 2병을 먹어가며 우리는 마치 우리만 아는 장소를 발견한 것만 같아 서로 기뻐했다. 그렇게 서로 조금 취기가 있던 상태에서 주변을 다시 한번 탐색했다.


우리는 술을 더 마시는 건 아니다는 타협을 하고 카페를 찾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대낮에 막걸리를 마시고 자전거를 끌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2명의 남자의 모습이란... 참 보기 드문 광경이란 생각이 든다. 우린 도로변의 수많은 카페를 보며 우리와 어울리는 카페 집을 찾았다. 너무 조용하지 않고 너무 시끄러운 곳이 아닌 합정역과 상수역 중간에 위치한 카페 '빈 브라더스'이다.

카페, 빈 브라더스(beanbrothers)

세상 힙한 곳이었다. 커플들, 남자 친구들, 여자 친구들 그리고 강아지를 데리고 온 가족들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여기를 선택했다. 운이 좋게도 2층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막걸리에 취해 헤롱 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을 감추기에는 최고의 자리였다. 그리고 커피를 마셨고 2층의 자리에서 수많은 카페의 사람들을 지켜봤다. 


웃고 있는 커플들, 심각한 표정의 남녀 사이, 노트북을 들고 일을 하는 것 같은 대학생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카페라는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열정적이었고 분주해 보였다. 그 수많은 무리에서 우리 둘 만 막걸리에 취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 기분이 좋았다. 술기운 때문에 올라온 행복감, 사람들 무리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그리고 지금 일요일의 시간이 모두 맞았다. 행복이었다. 


그 경험으로 나는 지금도 빈브라더스 카페에 일요일마다 찾아간다. 집돌이라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집에서 기계를 내렸다. 하나 지금은 장소와 커피 맛이 좋아서 집과 조금 거리가 있는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빈브라더스를 찾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읽을 책과 노트북을 같이 가지고 간다.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혼자만 알고 싶은 느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 너무 유명한 빈브라더스 카페 이지만 아직도 나만 아는 느낌의 2층 자리가 존재한다.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는 나만 아는 장소에 온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큰 방해를 받지 않는다. 적당한 소음, 흥얼거리는 음악들 그리고 책상을 밝혀주는 조명이 좋다. 


당분간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카페를 탐색하려고 한다. 나와 맞는 공간이 더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잘 맞는 공간, 더 좋은 공간을 찾고 싶어 졌다. 공간에서 오는 편안함, 느낌 그리고 분위기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숫자 100중 85점을 좋아한다. 100점을 기준으로 이 곳은 85점의 장소이다.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고 적당한 사람들과 맛있는 커피 그리고 공간이 좋기 때문에. 또 다른 85점의 장소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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