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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May 24. 2020

타인의 시선이 만든 평범한 삶

평범보다 평화로운 삶을 살기 바라며

대학교 4학년 옥상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을 작성하고 불합격받은 메일을 확인하고 대학 동기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처음 받은 불합격 통지는 아니었기에 충격은 처음보다 덜 했다. 그래도 기분이 더려워지고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옥상에서 느꼈던 감정이 하나 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 거구나.


회사에 취직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평범한 것이 어렵다는 걸 그때 옥상에서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어쩌면 큰 욕심일 수도 있고 치열한 경쟁으로 얻어야 하는 보통 이상의 세계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평범, 보통, 중간의 존재로서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힘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평범이라는 것은 본인의 인생에서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에 유일한 존재인 '나'를 어떤 누가 평범하다고 정의할 수 있는 가, 평범은 타인이 존재해야 가능한 기준점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과 행동이 있어야 정의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살면서 우리는 사회에서 많은 비교와 기준점으로 의도치 않게 평가받는다. 그런 평가는 자연스럽게 평범이라는 기준점으로 아래와 위를 만든다.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세계를 살지만 집단에서 느껴지는 군집화로 우리는 한순간에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못하거나 결정된다.


인생의 라이프 곡선으로 그려가며 10대에는 공부해야 하고, 20대에는 대학과 취업을 해야 하고 30대에는 결혼과 육아 그리고 40대에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평범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의 길로 가기 때문에 마치 그 길로 가지 않으면 평범하지 않다고 다른 이들을 평가한다. 최근에서야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에 존재하는 평범함에 대한 기준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늦게 했네? 빨리 했네?


느림과 빠름의 기준은 분명 시간 안에서 존재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정해놓은 시간 기준에서 빠르다, 느리다를 판단한다. 기록을 위한 것이나 대회에서 순서를 나누기 위해서는 필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불필요하다. 인생에서 늦었다, 빨랐다는 생각과 기준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전이다. '나'라는 존재가 '세계'에 살아가는 인생은 대회도 아니고 기록으로 측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을 느끼며 밞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공간에서 빨리 가는 것과 늦게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 않은가.


대학시절 취업준비생으로 느꼈던 평범함의 삶은 인생을 기나긴 레이스라고 생각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레이스가 아닌 것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 평범함이라는 기준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니 평범하는 사는 것이 불필요해졌다. 오롯이 내가 살아가는 시간에서는 나의 판단만이 늦음과 빠름을 결정할 수 있다. 


때가 있다. 모두가 다르다. 인정하고 가자. 부정하기 싫다. 있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살아가자. 본인의 타임라인을 만들며 말이다. 비교하는 시선을 멈춰보자. 오늘도 내일도 다른 '나'라는 사람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만을 느껴보자. 평범한 삶보다 매일 평화로운 삶을 살아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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