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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Jun 04. 2020

유독 나에게 특별한 병원 이야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최근에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정주행 했다. 12편 모두 넷플릭스에서 연속으로 시청했다. 대학교 2학년 이후로 드라마를 6편 연속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매우 재밌다. 주변 사람들에게 꼭 추전 해주고 싶을 만큼 최고의 드라마다. 내용의 탄탄함, 영상의 아름다움, 유쾌한 이야기들, 배우들의 연기를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의 재미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시즌2를 열광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한다. 현실과 다른 허구의 이야기들이 주는 괴리감이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영화만큼 드라마에는 크게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드라마보다는 영화관에서 나오는 영화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1~2회 연속으로 방송하는 드라마의 내용을 기다리며 궁금해하는 모습이 매우 괴롭기 때문에 드라마의 시청을 시작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주말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넷플릭스를 켜고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았다.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다. 지인이 추천한 기억도 있고 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재밌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라 나는 예고편을 먼저 시청했다. 그리고 나오는 배우들을 확인했고 바로 1화를 재생했다. 그렇게 1화를 시작으로 그날 8화까지 시청했다. 그리고 2일 만에 마지막 12회까지 모두 시청했다.




나에게 유독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나의 지난 병원생활 추억 때문이다. 5년 전 친누나의 암 선고로 인해 가족들이 항암 치료를 돕기 위해 약 1년간 병원 생활을 지속했다. 1년간 옆에서 투병 생활을 지켜보면서 병원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갑작스러운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과 죽음의 끝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지금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다. 지금의 친누나는 매우 건강하다. 하지만 누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병원을 보면 그때마다 옛날에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다며.


나에게도 환자로서 병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건강을 자부하던 내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십자인대를 다쳤다. 정형외과에 같은 교수님에게 수술을 2번이나 받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간호사들과 인턴 샘들의 노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들은 항상 크룩스를 신었고 본인의 이름이 박힌 흰색 가운과 펜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그들은 매일 바쁘게 돌아다녔고 항상 피곤한 모습으로 환자들과 소통했다. 그들에게 지금도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 동안 유독 마음이 뭉클했다. 고생하는 의사의 삶과 실제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들보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제작진의 의도가 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는 항상 기승전결이 존재했다. 주인공은 항상 위기에서 살아남아 기회를 잡고 성공하는 권선징악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권선징악이 딱히 없다. 평범한 의사들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출연진들의 우정과 사랑을 나타내며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시청하는 이들은 평범함에서 나오는 특별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눈물과 웃음이 공존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삶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힘든 시간임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의사들과 환자들의 모습으로 웃음이 제법 나왔다. 극 중에 의사 주인공 5명은 밴드를 결성한다. 그들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ost를 직접 부른다. 쿨의 '아로하',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와 같은 옛날 노래를 밴드로 연주한다. 그 장면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보통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지 못한다. 응급실을 포함하여 내원하는 이들에게는 사고로 인한 상처, 갑작스러운 암 투병, 뇌출혈 등 악몽 같은 시련이 찾아온다. 하지만 주인공 의사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최선을 다해서 수술을 한다. 그런 그들에 모습에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최선을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의 친한 친구도 의사다. 작년에 군의관을 전역했다. 전역 후 레지던트 1년 차를 하던 중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지금은 잠시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친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하는 '김준환 교수'와 같은 성격이다. 매우 냉철하지만 허당기가 있고 사랑 앞에서는 한 없이 순수하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김준환을 보면서 나의 친구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들처럼 멋진 의사가 되라며 정주행을 추천했다. 


시즌2가 매우 기다려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에피소드가 많이 남았다. 그들의 관계, 앞으로의 의사들의 삶 등 다양한 시청 포인트가 남아있다.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이 MBC 허준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이상하게 둘 다 의학드라마다). 단순히 시간이 많아서 드라마를 찾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조금은 특별하고 기분 좋은 감동을 받고 싶은 분들에게도 매우 추천한다.


사진출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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