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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May 03. 2020

참 다행이다.

글쓰기를 브런치로 시작하게 되어서

최근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끊었다. 끊었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접속하지 않는다. 항상 올렸던 피드와 스토리 업로드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아닌 남이 사는 화려한 단편의 모습에 에너지(관심)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출근 전, 퇴근 후 인스타그램으로 남들의 사진과 스토리를 봤다. 친구의 여행 사진, 결혼사진, 아기 사진부터 인스타그램 내 스타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며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다른 이가 방문했던 장소를 가보고 싶은 욕구와 유행하는 음식, 사진 장소, 흥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은 욕심으로 나의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이런 중독 현상이 있다는 걸 인스타그램을 하기 전에 인지했지만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점점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나의 삶을 잃어가고 있었다.

SNS 중독현상


2020년이 시작되면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은 '인문학'에 대한 내용이었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서 배웠고 '세계'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채사장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에 내용에 의하면, '자아'와 '세계'는 연결되고 결국 하나임을 이야기한다. 이원론으로 '자아'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일원론의 입장에서 '자아'와 '세계'는 하나임을 책에서 설명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아'와 '세계', 즉 나와 살고 있는 세상 대해서 생각을 했다. 책을 읽기 전 나의 생각은 '세계'는 이미 존재했고 '나'는 이후 태어난 존재로 단지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 '나'는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부터는 '세계'는 '나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나'의 존재로 '세계'가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고, 즉 '나'와 '세계'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세계'와 '자아'는 하나다.


이 무슨 철학자 같은 논리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세계'와 '자아'라니, 그게 하나라니, 딱 봐도 어려운 책이겠구나 생각했다. 하나 읽는 동안 궁금증은 계속 생겼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공산당 선언',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세계'와 '자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오래된 고전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읽는 동안 '자아', 즉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해보 왔다. 명확한 답변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페이지를 작성할 수 있었다. 현재 '나'를 지금의 '세계'를 사는 내가 생각하고 알아본 것이다. 처음이었다.


대학교 4학년 시절에 취업을 위해서 나의 강점과 활동을 찾은 것을 제외하고 이렇게 '나'에 대해서 적어보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취업을 한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했지, 나를 생각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를 생각하는 것부터가 출발이었다. 그것을 지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아'와 '세계'에 대한 물음


그렇게 나는 아직까지 글을 쓰고 있다. 비록 공대생이었고 숫자를 좋아했던 은행원 출신 IT 개발자이지만 나는 아직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나에 대해서 더욱 잘 알기 위해서 말이다. 글쓰기를 쓰기 시작했던 건 병원에 있었을 때다. 운동을 하던 중 사고로 인해 십자인대 무릎 수술을 또다시 받게 되었다. 그렇게 한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으로 몇 개월을 살았다. 


그때 나의 시간을 책임져 준 것은 베스트셀러 책의 지식도 넷플릭스의 영상들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브런치의 올라온 작가님들의 글이었다.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위로가 들리지 않았고 혼자 세상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고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원망도 많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얼굴의 표정으로 드러났던 시절이다. 그때 나는 다음 메인에 올라온 브런치에 짧은 글들을 보면서 깊은 공감을 했고 글의 감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던 터라 정신의 감정이 예민했던 것인지 다른 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글 온도가 정확히 느껴졌다.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어떤 일로 글을 썼는지 궁금했고 그때부터 글쓰기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다. 


숫자와 공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나에게 글쓰기는 도전이었다. 브런치의 작가를 3번이나 떨어졌고 내가 썼던 글들을 보고 또 보며 수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글이 아닌 그냥 문장들의 나열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브런치 팀에서 좋은 잠재력을 보셨는지 작가 신청을 받아주셨고 지금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브런치가 참 좋다. 인스타그램처럼 허세와 척이 없다. 본인의 글을 쓴다는 건 본인의 생각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이고 마음을 전달하는 것과 같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은 꾸밈이 없고 작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 솔직함이 묻어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주제가 있어 글을 보는 이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글을 쓰는 사람도 글을 보는 사람도 하나의 글을 보지만 서로의 다른 경험으로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점이 나를 설레게 한다. 서로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느낌, 다양성이 존재하는 브런치의 공간이 그래서 좋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이 어쩌면 정답이 아닐 수 있고 완벽한 글들이 아닐 수 있다. 모두가 프로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글의 완벽함과 전달력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공감과 힘을 준다.


글을 쓰는 게 참 어렵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언제든지 에피소드가 생기면 항상 글로 남기고 싶어 졌다. 그때 느꼈던 세밀한 감정, 느낌, 일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 졌다. 서서히 작가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 불편할 수도 있고 공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공감도 얻었고 불편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글을 작성한다. 앞으로 어떤 글을 계속 쓰게 될지 참 궁금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시간이 참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설렌다. 글쓰기를 알았고 브런치를 알아서 말이다. 참 다행이다.




사진출처 : https://bit.ly/2KPzwiJ

참고(사진 포함) : https://1boon.kakao.com/micshowtime/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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