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으니까
며칠 전 비긴 어게인 코리아 '전주'편을 시청했다. TV를 잘 보진 않지만 예고편을 보고 본방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좋아했던 노래를 버스킹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여러 노래 중에 마지막 GOD의 '길'을 단체로 부르는 곡이 있었다. 마지막 곡이었고 모두가 부르는 가운데 크러쉬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방송에도 나오지만 크러쉬는 노래의 가사에 집중했고 감정이 복받쳐 올라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참 이상하게도 그 장면에서 감정이 전이가 된 듯하다. 나 또한 울컥울컥 했으니까.
감정의 전이가 확실하게 된 것일까. 가수 GOD의 '길'을 부르고 싶었다. 그것도 매우 잘 부르고 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잘하고 싶어 했다. 대학 때부터 코인 노래방을 남몰래 다녔지만 재능이 없던 터라 크게 좋아지진 않았다. 그 뒤로부터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 방송을 보고 달라졌다. 보컬을 배우고 싶었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전달되는 감정을 잘 느끼고 싶어서.
무작정 핸드폰을 켰다. 녹색 검색창에 보컬 레슨을 검색했다. 수많은 링크들 사이에서 나의 이력서를 작성하고 나와 맞는 보컬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찾았다. 주저 없이 신청했다. 그리고 어제 보컬 레슨을 처음 받았다. 처음 시도하는 보컬 레슨이고 재능이 없어서 창피할 수도 있었지만 무작정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30대가 되어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향후 미래를 위해서 준비를 생각하니 시도와 도전이 쉽지 않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결국 비용이 들어가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소비하는 비용을 줄여 목돈도 마련해야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알고 있다. 또한, 하루 24시간은 물리적으로 정해졌고 회사와 취미를 같이 하기에는 우리들의 시간은 참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평소 하고 싶었던 보컬 레슨을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신청했다. 미래를 위해서 한번 더 생각했다면 비싼 돈 주고 레슨을 받지도 않았을 거고 부족한 시간을 생각했다면 보컬을 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하기에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남들의 시선과 의견, 비용, 시간 등 다양한 요소들을 생각한다. 가성비를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특징도 모든 요소를 생각해보면서 결정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다. 하지만 보컬 레슨을 신청할 때처럼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 해야만 한다는 자신의 확신이 있다면 가성비를 생각하기보단 자신을 믿는 결정을 하는 게 본인에게 더 큰 위로를 안겨준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항상 설렘과 불안함을 동시에 가져온다. 첫 레슨을 받기 전 불안하고 창피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하지만 레슨을 받은 후 불안함은 없어지고 설렘이 찾아왔다. 꾸준히 하고 싶었다. 당분간은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보컬에 집중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