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면을 그램하다
근래, 핫한 L전자 17인치 노트북의 슬로건 카피다.
다양한 각도에서 제품 콘셉트를 고민하고 표현한 카피다. 독창적이고, 맥락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케터라면, 업종은 달라도 다양한 매체물 제작을 위해 소위 '크리에이티브한 카피'를 찾느라 골몰한 경험들이 있을 거다.
<출처 : LG전자 홈페이지> 나도 마케터로서 이런 멋진 카피를 쓰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현장은 당장 떨어진 시급하고 중요한, 혹은 시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TO DO리스트들이 머리 위로 떠다닌다. 그러다가, 제법 무게감 있는 업무가 시작되면, 전투 모드로 태세 전환한다. 부랴부랴 업무에 필요한 사례를 찾고 웹 검색을 시작하는 게 다반사다.
이번에 모처럼 회사 웹서비스를 리뉴얼하게 되면서, 우리 회사도 같은 상황이다. 웹 서비스 메인타이틀과 배경 이미지를 놓고 기획, 디자인, 마케팅이 갑론을박한다.
" 타이틀은 왼편이 맞고요. 배경 이미지는 오브젝트(물체)가 오른편에 있어야 돼요."
" 우리 BI가 민트 컬러라 어떤 컬러를 매치해도 톤 앤 매너가 살지 않아요."
" 이 참에 BI를 바꿀까요?"
" 이미지가 세련되어 보이지 않아요."
애초 우리 서비스를 포괄할 타이틀 카피와 이미지 선정은 방향을 잃고 표류한다.
이참에 좀 더 빠르고 온전하게 메인 카피와 이미지를 선정할 수 있는 프레임을 구현하자. 남은 건 오직 실행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업무범위
일단, 힘을 빼고 업무 타이틀을 부여하자.
업무목표
현재 상태 > 바뀌어야 할 상태다.
캐스팅엔은 기업 외주 O2O 분야 최초 서비스다. 이런 경우를 보통 example 서비스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창업 초기부터 회사를 소개하는 것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다. 최초라는 기회만큼 고단함도 크다.
우리를 정의하는 타이틀이 이렇게도 많았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각자 다르게, 서비스를 소개했을 테니, 도대체 우리는 누구란 말입니까?
업무단계
웹 기획 특성상 업무 순서가 있다. 메인 카피와 이미지 선정은 기획의 마지막 단계다.
이용 유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에 대한 이해는 꼭 짚고 가자.
타이틀 타입
이해도가 꽤 필요한 부분이다. 정의하고 구분하면 된다.
슬로건 : 기업 수준의 브랜드 방향성이 담긴다. 광고에 좀 더 부합된 메시지다.
태그라인 : 기업 단위의 하위 성격인 서비스, 제품 단위의 슬로건 타입 메시지다. 기업 단위의 슬로건인 경우 BI, CI와 병기해서 사용하면 슬로건인 동시에 태그라인이 된다.
바이라인 : 태그라인과 유사하다, 제품 서비스의 카테고리나 사업 영역을 알리기 위해 사용한다.
캐치프레이즈 : 상품, 서비스의 어필 포인트에 부합하는 예리한 광고 메시지가 이에 해당한다.
모토 : 사전적인 풀이가 좀 더 쉽다. 일상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어 지침이 되는 신조를 타이틀 메시시로 사용하는 경우다.
벤치마크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웹사이트를 살펴보자.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들이 우리 곁에 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위와 같이, 메시지 타입을 정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의 웹 타이틀을 살펴봤다. 이 시점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성장단계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나 프로덕이 아직 듣보잡인데, 멋진 슬로건만 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 지거나 매출이 향상되거나, 인지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성장 수준과 메시지의 맥락이 일치해야 현재 수준에서 유효한 메시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타이틀 타입 선택
그래서, 캐스팅엔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 패턴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 우리의 사업 영역을 정의해 주는 메인타이틀 카피
- 우리에게 무얼 제공받거나 기대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서브타이틀 카피
브랜드 아이덴티티
이 시점에서 타이틀 배경 이미지 선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이미지 콘셉트다. 현재의 자사에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마케터로서 여간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면에서 브랜드 콘셉트를 설명할 수는 없으나, 다음의 예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은 몸과 혼이다.
기업은 몸이고 브랜드는 혼, 정신, 나다움이다.
브랜드는 구별과 구분이다.
브랜드는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갖고 태어난다. 스타트업이라면 보통 창업자의 DNA 속에 숨어 있다.
기능적으로 이해하면 어렵다. 하지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쉽다. 마치 아래처럼 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며칠이고 시리즈 물이 끝날 때까지,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나는 우리 동네 야트막한 산기슭으로 넘어가던 저녁 해의 붉은빛을 유독 좋아했다. 늦여름 끝물 자두에서 보던 풍성한 붉은 빛깔과 흡사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이름은 '붉은자두'다.
로고의 컬러는 태양의 붉은빛을 담아서 만들었다. 며칠을 읽어도 좋아할 만한 만화는 어떤 만화일까? 웃긴 건 그게 순정만화라는 거다.
나나 우리 멤버들은 순정만화와 사랑에 빠졌다. 우리는 로맨스카툰러들이다. 사랑이 빠진 만화는 몹시 시시하다. 우리 회사는 소녀 감성을 품고 있다. 사람들에게 만화로 순수한 사랑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
위의 짧은 글귀 안에
내가, 우리가 왜 이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걸 해결해 주고 싶은지가 함의되어 있다.
그 아이덴티티로 고객을 만나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구별되는 게 브랜드의 기본이다.
캐스팅엔의 브랜드 콘셉트를 살펴보자
캐스팅엔 브랜드 스토리
캐스팅엔 브랜드 아이덴티티
캐스팅엔 브랜드 이미지
타이틀 시안 작업
앞서, 언급한 대로 바이라인 타이틀을 적용해 보자.
유사한 맥락에서, 카테고리보다는 서비스 역할론에 무게를 둔 슬로건 타입도 살펴보자.
비주얼 가이드 기술
디자이너를 위한 기본 지침이다.
타이틀과 배경 이미지 표현 콘셉트
지금까지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메인타이틀 카피와 이미지 콘셉트를 살펴보았다. 캐스팅엔은, 특성이 다른 카테고리를 플랫폼에 담다 보니 하나의 타이틀 카피로 서비스를 담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바이라인 타입으로 서비스를 묶고 역할론적 슬로건과 백그라운드 이미지의 롤링으로 이용자 맥락에 좀 더 다가가기로 했다.
- 인사*총무 : 인사, 총무 외주구매팀입니다.
- 마케팅 : 광고, 마케팅 외주구매팀입니다.
- IT*개발 : IT, 디자인 외주구매팀입니다.
애초 나왔던 Draft 디자인 시안
바이라인+슬로건+배경 이미지(롤링 타입)를 조합한 기획물
인사, 총무 : 만남, 연결, 성공, 성취 콘셉트의 이미지 표현
광고, 마케팅 : 콘텐츠, 필기, 몰입, 태도, 집중 콘셉트의 이미지 표현
IT, 디자인 : 개발, 코딩, 타이핑, 몰입 콘셉트의 이미지 표현
타이틀 하단 콘텐츠 바디 영역과의 맥락
기획안을 마무리하다.
디자이너에게 기획안을 제출함으로써, TASK가 마무리되었다. 기획안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일의 목적에 대한 정의, 자사 서비스 단계에 맞는 타이틀 설정이 중요하다. 어떤 시안이 오게 될지, 기대된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시도하는 게 마케터의 일상이다. 겉모습만 추구하는 웹디자인은 오래가기 어렵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케터. 웬만해서는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소비자. 마음을 가볍게 하고, 문장을 줄여보자. 이미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줄여준다. 신경 쓰되 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