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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ly On 슬기로운 판교생활~
폐급 신입으로 핫데뷰한 조직생활
눈물콧물 쏙 빼는 하루하루로 신고식 완료?
첫 이직 후 또다시 다시 만난 세계가 펼쳐지는데...
Ep3. 저는 팀장님처럼은 못 살아요
첫 번째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으로 두 번째 회사는 반드시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리라 다짐하고
진지하게 가야 할 회사들을 탐색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잘 맞는 일이 뭔지 고민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탐색하고 그 회사에 맞게 지원서를 작성하여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난 첫 회사에서 눈물콧물 쏟는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은 것이다. (ㅠㅠ)
대학원 동기들은 너나없이 대기업에서 첫 커리어를 순항 중이었기 때문에 마음속 조바심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회사의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지원서를 써낸 덕으로 면접까지는 곧 잘 갔고 최종 면접까지도 종종 가게 되었지만 인생은 청춘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어서 첫 번째 회사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다.
빤하디 빤한 계약직 월급으로 서울의 월세를 버티면서 취준생 시절을 보내던 때가 인생에서 가장 여유 없고 시야가 좁았던 때였던 것 같다. 통장 잔고는 한 달 한 달 눈에 띄게 줄어들고 부모님께 손 벌릴 수는 없고 다시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고... 2~3개 회사의 면접 준비를 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두고 최종 면접 때 발표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면접 시뮬레이션 영상도 미리 찍어보고 좁은 자취방에서 하루하루 불안감과 싸웠던 때가 오랜만에 떠오른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2곳 모두 최종 면접에서 차례로 미끄러지고 마지막 한 곳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다가 본가로 내려가려고 급하게 KTX 티켓을 예매했다. 마지막 한 곳까지 떨어지는 순간에 나 홀로 자취방에 있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상반기 모집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인생은 청춘 드라마와 거리는 멀지만 인생은 곧 드라마 같은 거여서 그랬을까?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플랫폼 위에 있던 그때에 메일 알림을 받았고 마침내 받은 최종 합격 안내 메일이었다.
나도 그 회사가 내 맘속 1순위가 아니었듯 그 회사도 내가 1순위는 아니었는지 좋게 생각해 보자면 떨어뜨리기엔 좀 아까운 사람이었던지 지원했던 부서로는 배치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 회사는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입사 당시에 직접 손으로 꼽아본 바로는 내가 45번째 구성원이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비즈니스는 순항 중이어서 일손이 늘 모자라는 그런 회사였다. 아직 시스템이 완전히 구비되지 않았고 그 시스템의 구멍을 사람으로 채워나가야만 하는 그런 단계였다. 나와 같은 날 입사한 동기 1명과 OJT를 2주 정도 받았고 동기는 내가 처음에 지원한 부서로, 나는 그 부서의 지원부서로 배치되었다. 지원 '부서'라고 하기엔 파트장도 팀장도 없었다. 나는 직함도 팀 단위 적도 없는 채로 두 번째 회사에서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 출근길에 낯이 익지 않은 분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날이 있었다. 그 당시 회사는 역삼역 모 사무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서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 사람인지 다른 층 회사 사람인지 긴가민가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신입이고.. 마주치는 사람은 무조건 인사한다! 는 정신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드렸다. (그 정신은 지금도 동일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나의 팀장님이 되었다...!
입사 후 3개월이 넘어가던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인사를 드렸다는 기억도 희미해지던 때에 갑자기 부사장님이 나를 잠깐 회사 건물 계단으로 나를 불러냈다.
인원은 늘어가고 사무실 이사 시점은 아직 멀었던 때라서 있던 회의실도 없어지던 참이라 딱히 원온원할 공간이 없어 그러셨던 거지만 나는 뭔가 내가 큰 잘못을 한 게 있나 식은땀이 줄줄 났다. 식은땀을 흘리며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운영팀에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운영팀 팀장님이 나를 그 팀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는데 내 의견은 어떤지 묻는 거였다. 그렇게나 바라마지 않았던 적이었는데 거절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운영팀 소속 운영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팀에서는 리서치를 위해 필요한 운영 업무 전반을 진행했다. 주로 리서치 대상자를 모집하고 모집된 리서치 대상자를 현장으로 부르기 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크리닝 하는 작업, 리서치에 필요한 물품들을 배송하는 일, 일반 관객 대상 시사회 진행 등 리서치의 목적과 방법 규모에 따라 다양한 운영 업무를 수행했다. 다양한 업무 속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또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리서치 대상자의 모집과 안내였다.
특히 리서치 대상자들을 좌담회 당일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도착시키는 게 업무의 KPI 중 하나였다. 대상자들이 제시간에 도착하고 조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클라이언트에게 약속한 기본이기 때문에 꼭 이행되어야 하는 사항이었다. 기본이기 때문에 가장 작지만 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대상자들을 약속 장소로 안내하는 게 왜 이리 쉽지만은 않은 것인지. FGD를 진행하면 전체 시간대 중 꼭 한 그룹의 한 명, 300명 단위 시사회면 1~2명은 꼭 약속된 시간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질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그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점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공지를 읽지 않는다.'이다.
늦고 헤매는 사람을 전화로 찾고 겨우 제시간에 들여다 놓고 나면 한시름을 놓으며 아니 왜 공지를 대충 읽는 거야 대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게 나라면 팀장님은 공지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읽힐까를 고민하는 분이셨다. 나는 아니 300명 중에 299명이 제대로 읽고 1명이 헷갈린 거면 공지가 문제 있는 게 아닌데요.라는 생각을 했지만 팀장님은 다음번 시사회 때는 요걸 고쳐보자고 제안하시곤 했다.
인입되는 CS도 하나 허투루 보는 것 없이 주말에도 밤늦게도 응대하고 제품팀에 의견을 종종 개선 의견을 주시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저는 팀장님처럼은 못 살아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첫 회사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일이 재미있거나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또 한 번의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팀장님이 일하는 태도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어서였다. 저렇게 일하는 사람은 내가 회사 사장이라도 뽑고 싶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대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팀장님이 이 일을 대할 때 가장 차이가 났던 부분은 일을 재밌어하는 것도 이 일을 평생 해야지 하는 다짐의 차이가 아니었다. '이 일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고민이 팀장님에겐 있었고 나에겐 없었다. 나는 그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순간 다음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럼 내가 더 잘하고 싶은 일은 어떤 일인거지? 에 대한 고민이 두 번째 회사에서 시작되었다. 그 고민에 대한 해답과 세 번째 회사로 이직하고 겪은 과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써보려 한다. 커밍쑨 -
안녕하세요오~~~
밤늦었지만 월요일은 월요일이지요? ^^;;;
풍성하고 마음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기획자로서의 고민이 주된 에세이 주제였는데
왜인지.. 기획자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네요. 실제 겪은 바가 그래서 그렇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기획자로 직무를 전환하게 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실 공지를 끝없이 고민하는 아주 꼼꼼한 팀장님은 저의 사수 이야기인데요.
제목 임팩트 상 팀장님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이 실제로 제가 재직 중에 팀장님으로 승진하시기도 했고요.
차주에도 월요일에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업무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