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진정성 있게, 치밀하게 행동으로 보여준다.
10월 23일 여성조선 발로 남현희, 재벌 3세 결혼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축복하고,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읽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다 다른 언론사들도 ’ 재벌 3세‘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어디 재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최초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사실 두 사람의 사진으로 봤을 때 남편인지 아이인지 헷갈릴 정도로 남편이 너무 어려 보여서 뭐지?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클릭했다)
기자의 필력 때문인지 언론사가 주는 신뢰감 때문인지, 인터뷰를 진행한 남현희와 전청조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기사를 읽으면서 ‘왜 굳이 언론에 재벌 3세라고 하면서 어느 기업인지 나와 있지가 않지?’ ‘글로벌 IT기업 임원을 27살에 했다고?’ ‘돈이 많아서 내가 잘 모르는 글로벌 IT기업에 부모님이 꽂아 준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현희 씨가 어련히 잘 알고 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재미있게 기사를 읽었다. 스포츠 심리예절 교육을 한다고 하니, ‘재벌가에서 하는 거라 좀 다른가?’라는 생각도 들고, 뭐 그냥 잘 살아라 하고 넘겼다. 아 그리고, 외모가 너무 어려서 초등학생인 줄 알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만 물씬 풍겼지만, 뭐 모르는 분의 결혼이니 기사만 읽고 넘겼다.
25일 디스패치의 보도에 기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상한 느낌이 확신이 되고, 허술한 거짓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터뷰에서 보인 이상한 점 발언 별로 한번 짚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결혼을 준비하거나, 사업을 준비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에 사기꾼을 피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청조라는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글을 써본다.
재벌 3세가 호프집 사업부터 시작?
14세부터 승마를 했다면, 승마 업계에서는 꽤 알 수도 있을 텐데, 정유라 전 선수가 수소문해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은둔의 고수라 혼자 승마를 타고, 대회도 나가고,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고 치자.
그러면 재벌 3세라는 사람이 호프집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믿을 수 있는 내용인가? 재벌 3세 정도라면 바로 생각나는 사람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이재용 회장 정도를 탑이라고 둔다면. 이재용 회장이 호프집 사업을 했다고?
MZ세대니깐 호프집을 할 수 있다고 치자. 어디 호프집이지? 추측을 해 보건대, 호프집에서 알바를 한 기억이 있거나, 주변에 호프집을 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기억을 자신이 직접 사업을 했다는 것으로 둔갑한 것 아닐까?
재벌 3세의 호프집 이야기는 그런 사업을 했다고 치자. 글로벌 IT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도 배우면서 하고 있다고? 27살의 임원이 배우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 된다고 치자. IT업계에서 천재적인 코딩 실력이나 기획 실력이 있어서 글로벌 IT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게 됐다고 치자. 승마-호프집-스포츠예절교육 학원을 운영한 사람을 글로벌 IT기업에서 임원으로 고용했다고?...
부모님이 재벌이니 아는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미국 IT기업에 꽂아줬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이미 24일 결혼 발표 기사가 났을 때부터, 인터넷에서는 사기꾼의 냄새를 맡은 댓글러들이 경고를 했었다.
첫 만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앞으로 사업, 투자, 연애, 결혼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첫 만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전청조는 정말 첫 만남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이해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첫 만남에 경호원을 우르르 데리고 펜싱학원을 간 것이다. '뭐 하는 사람이길래 경호원이 저렇게 많지? 경호원을 저렇게 많이 데리고 다니는 정도면 중요한 사람이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겠지?' 이런 인상을 처음에 준 것이다. 그걸로 이미 50%는 먹고 들어간 것이다.
귀여움으로 승부
귀여운 거에 빠지면 답이 없다고 한다. 경호원을 무리로 데리고 다니는 아주 차가울 것 같은 재벌집 도련님이 나에게 귀여움을 부린다?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사르르 녹지 않겠나? 비즈니스 미팅으로 잡힌 펜싱 대결이고 꼭 이기고 싶다고 한 사람이 게으름을 부린다면... 뭔가 챙겨주고 싶고, 더 해야 하는데 애가 타고... 그러지 않겠나? 게다가 상대가 일론머스크라고 한다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싶을 것 같다.
전 남들과 달라요.
'OO 씨, 절 사랑하면 안 돼요. OO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드라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대사이다. 전청조는 본인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자신은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이 겪었던 학교생활,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자기의 패를 다 보여주면, 본인이 어떤 행동과 말을 하더라도, 다른 환경에 자란 사람이기 때문에 저렇구나 라는 이해가 생긴다.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저 사람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저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남현희 감독에게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철저하게 관리하라
경호원을 부담스러워하는 상대방을 위해 떼로 몰려다니던 경호원의 숫자를 줄였다. 이런 방식으로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도 경호원을 고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것이다. 이제는 경호원을 필요시에 고용하거나, 경호원 없이 다니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의심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모르게 경호원이 아주 멀리서 항상 지켜보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상대방과 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배려인 것이다.
처음은 부담스럽지 않게... 친구처럼
당신은 처음부터 첫눈에 반한 사람에게 들이대는 스타일인가? 본인이 외모, 성격, 재력에서 자신이 있고 자신감이 있다면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이미 애인이 있거나, 이별의 아픔이 있는 경우 망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배려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야 한다. 친구처럼 말이다. 그냥 만나서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가끔 밥 먹고, 술도 마시고... 이러다 보면 그냥 정기적으로 보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너에 대한 마음이 좀 커지는 것 같은데 우리 만나볼까?라고 이야기 하면... 누가 안 만나보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청조는 이미 자신의 재력과 사업 능력을 상대방에게 입증하고 보여주었다. 신뢰를 준 것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친구가 된 것이다.
저지르고 본다
실리콘밸리나 스타트업시장에서 제품이 완성이 되지 않아도, 미리 시장에 출시하고 수정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업계의 공식이다.
전청조는 그런 스타트업의 Publish first, fix later라는 마인드를 뼛속깊이 박아둔 '사내'다.
‘IT사업을 하고 있는데, 전공이 아니라서 배우고 있다.’ 이미 사업은 저질렀고, 배우면서 수정하고 있습니다로 들린다. 대단하다. 실행력이 거의 본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일론머스크 급이다. 빨리 기사나 인터넷 조사해서 대충 단어 짜깁기하고,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없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사실 그렇게 노력들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미 사기가 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 감독의 이름만 대면 투자하라 사람들이 꽤 있으니깐, 투자금 먼저 받아서 뭐라도 하면 되거든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진리다.
지금은 자세히 말 못 하지만 12월 결혼 전 다 상세히 밝히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용자, 소비자들로부터 기대감을 가지게 해 그동안 주가는 상승시키는 재료를 만들었다.
전청조 사건은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으로 보인다.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보고 들은 정보로 짜 맞추고, 현실에서는 대행 알바 고용해서 진짜인 척 속이는 형태로 진행했다. 전청조는 얕지만 넓은 지식을 일단 쌓고, 그것들은 나의 경험과 연결시켜, 현실에서 실제로 그렇게 실행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투자금을 받아서 사업하는 전형적인 유형을 본 것 같다. 그리고 리플리 증후군과 함께 아주 멋진 극본을 만들었다.
이런 내용이 영화로도 있다. 한글 제목으로는 리플리 영화의 원제는 “The talented Mr. Ripley”
의미는 '능력자 리플리'이다.
영화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진짜 사기를 치려면 전청조처럼, 진정성 있게, 진실되게, 치밀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