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iceland
- 프롤로그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을 뭉치고 섞어서요.
시간이 쏜살같다는 말을 체감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지나온 날들을 추억만 하면서 지냈거든요.
잠들기 전에 사진을 파헤치거나, 여행 중에 적어 두었던 휴대폰의 메모장을 보면서.
기억 속에만 묻어두기엔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말들을 조심스레 늘어놓으며
우리의 기록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보자! 는 다짐들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다행히도 그 다짐은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따듯했고, 또 누군가에겐 조금 차가웠을지도 모를 기억들을 합치면
뜨듯미지근한 온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그럼에도 부디, 모두에게 따듯한 여행이었기를.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
낯선 기분을 익숙함으로 바꾸기 위해 함께했던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도했습니다.
긴 여행을 함께하는 동안에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마주하겠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먼 곳으로 떠난 우리들이 먼 곳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사랑스러움을 더 그리워하게 되기를.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묻는 상상을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과정은 우연의 연속이고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면서. 정해져 있어서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모르니까 더 재밌고 즐겁지 않겠냐는 헛되고 부푼 기대와 희망을 품은 채. 인천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헬싱키에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는 건지, 밤이 되어가고 있는 건지 확실치 않았습니다.
멍한 상태로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나란히 걷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하늘이었고, 기내식을 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도 하늘일 때.
‘지금 나는 하늘에 있구나, 하늘. 하늘이라니.”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좁은 기내의 통로에서 낯선 이를 마주쳐도 눈빛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한껏 몸을 웅크리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작은 사랑을 느낍니다. 목적지가 같다는 건 얼마나 감동적이고 감격스러운지.
기내에 불이 켜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곧 착륙할 예정이니 손님여러분께서는 창문을 열고 좌석을 바르게 정렬해달라는 말이라는 것을. 안전등이 꺼질 때까지 벨트를 풀지 마시고, 자리에 착석하여 안전한 착륙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의미임을.
그렇지만 저는 그 소리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자, 이제 곧 너희들의 여행이 시작될 거야.
부디 안전하고 건강하게 다녀오길 기도할게.
시시때때로 바뀌는 날씨에 조금 겁이 날 수도 있고,
가끔은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순간을 즐기고 누리길 바라. 그럼 행운을 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