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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yory Jan 15. 2023

인생 처음, 라디오

그때 나는 혼자였고 누군가의 인사가 그리웠으니까 / 2022.05.11

*긴글 주의*


 인생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왔다. 떨렸는지, 어제는 자다가 세 번이나 깼다. 분명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들었으면서. 혹여나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차가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받은 대본을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그때 나는 혼자였고 누군가의 인사가 그리웠으니까”를 지은 윤 두열입니다. 체육교육을 전공했지만, 책이 좋아서 따라다니다 보니 현재는 출판사의 마케터로 근무를 하고 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방송국에 도착해 아나운서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불이 꺼진 ‘ON AIR’를 발견했다. 이번 라디오는 녹음으로 진행이 되고 돌아오는 일요일에 송출되지만, 다음에는 라이브로 라디오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누군가에게 가닿는다는 점에서, 라디오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출력되는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아빠의 목소리는 성우처럼 울림이 깊고 부드럽고 마음의 한 구석을 진동하게 하는데, 그 음성을 닮은 것 같아서 기분이 근사해졌다. 


 중간에는 음악도 한 곡 들었는데, 평소에 즐겨듣는 넬의 ‘청춘연가’를 신청곡으로 정했다. 그 이유는, 노래 가사 중에 ‘그땐 잘 몰랐고, 그래서 무모했고, 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아.’라는 말이 있어서. 이 가사가 내 마음에 닿아서. 몰랐고 무모했지만, 그래서 아름다웠던 시절들이 떠올라서.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후반부에는 책의 한 페이지를 직접 낭독하고,

마지막으로 청취자 분들께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게 주어졌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꺼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중에서,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거기서 윌 스미스가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혼자 무전을 해요.
“누군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요.
저도 지금 여러분이 보이지 않지만, 제 목소리가 잘 가닿았다면.
제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거나 느껴졌다면.
대답해주세요. 고맙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PD님께서 목소리도 좋고, 떨지도 않으시고 부드럽게 너무 잘 해주셨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엄청 떨었는데. 위로를 받은 것 같아 기쁜 마음을 담아 책을 선물로 드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음에 어디선가 또 반갑게 만날 것을 기대하며. 


남들처럼 높게 쌓으려다가 쏟아져 옆으로 넓어지려는 사람.

내 소개를 읽고,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난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고.

넓게, 튼튼하게 기초를 다지고 그 다음에 쌓으면 남들보다 더 높이 쌓을 수 있게 될 거라고. 맞다.

저마다 어울리는 옷과 속도가 있겠지. 다른 사람에게는 매번 그렇게 잘 이야기 해주면서,

왜 스스로에겐 적용하지 않았을까. 


종종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긴 글을 적어봐야지. 그 글을 모아서 다듬고 뭉쳐 누군가에게 전해야지. 잔잔한 마음에 파장을 일으켜야지. 일렁이게 해야지. 그리고 나도 같이 일렁여야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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