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용 Jan 08. 2022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_ 황선우

근래 가장 열심히 읽은 책.


-


발췌


6

돈을 버는 일과 집 안을 돌보는 일,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일, 건강과 관계를 관리하는 일은 모두 '일'이다. 일을 사랑하는 것은 곧 삶을 사랑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음을,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나는 일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살면서 일만큼 우리에게 뒤틀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이 책은 일을 둘러싼 것들을 나누어 바라보게 한다. 나는 일이 아니라 출근을 힘겨워 했고, 일이 아니라 조직 생활을 싫어했으며, 일이 아니라 일로 만나 내 영혼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 미웠던 거였다. 이 책에는 일의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과 기쁨, 일과 더불어 성장하는 감각을 되새기게 하는 힘이 있다. 이게 얼마나 마법 같은 선물인지는, 책을 덮고 일을 시작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 김하나 작가 추천글


12

오늘도 일을 하며 배운다. 일 자체를 배우며, 일 바깥세상의 흐름도 알게 된다. 나를 견디고 다루는 법을 익히는 한편으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동료들과 부딪치고 협력하는 동안 내 안에만 고여 있지 않고 변화한다. 일하는 사람으로 살기에 조금씩 나아질 기회를 얻는다고 나는 믿는다. 


26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성공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꾸준히 여러 번 시도를 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사람이며, 실패했을 때 오래 끌어안고 앓기보다 금방 털고 일어나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걸 회복 탄력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7

행운은 많은 순간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운을 좋게 만든다는 건,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충실하게 대하는 일 아닐까?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상태로 나를 유지하는 일 말이다. 


32

팀을 이끄는 자리를 경험해보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물론 완성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100%를 해내려고 끝의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고를 치거나 스스로를 번아웃에 빠뜨리는 완벽주의자보다는 80% 정도의 결과물이라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내놓는 팀원과 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수월할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일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 되는 셈이다. 


47

내가 이메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뚜렷하게 기록이 남는다. 서로 상의한 내용과 교환한 의견이, 어떤 의도로 어떤 내용을 담아 언제까지 일을 해달라는 것인지, 계약 조건과 그 보수는 얼마인지 상호 간에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을 아무리 명확하게 적어놔도 모자람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의도로 출발한 일에서도 의견이 어긋나고 크고 작은 대립이 일어나곤 한다는 걸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한 주제에 하나씩 메일 스레드를 만들어 소통해두면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되기 때문에 기억력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내 뇌의 처리 용량을 현재의 업무에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이메일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충분한 시공간 거리를 확보해준다. 메신저처럼 즉시 답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메일을 쓰는 이가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계획을 가지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답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도구다. 


79

적지 않은 돈을 주고 헬스장에 등록하는 것은, 그 돈을 지불하고 헬스장 공간에 내 의지를 외주 주는 행위였다. 공유 오피스도 마찬가지로 내 생산성을 외주 주는 행위였다. 수긍하게 된다. 공유 오피스에서 파는 게 일하는 기분이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람은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기분을 사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을. 


83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협상 테이블에 앉는 나의 태도다. 내가 제대로 일하기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하겠다는 자세,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86

일이 되게 만들려면 플랜 B, 플랜 C를 가지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 내가 상심하는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대안으로 넘어갈수록 해결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96

업무 메일은 정성껏 쓰고, 거절 메일은 더 정성껏 쓴다. 나 역시 거절을 많이 당해봤기 때문에, 거절하게 될 때도 잘 하려고 노력한다. 잘 거절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최대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의사는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뜻. 

..

거절 메일을 쓸 때는 네 가지 내용이 빠지지 않도록 구성한다.

1/ 나에게 기회를 제안해준 데 대한 감사와 반가움,

2/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거절의 의사 표현

3/ 거절의 사유 설명 

4/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기원과 인사


103

업무는 일을 마칠 때가 아니라 내가 한 일을 알릴 때 끝나는 거였다. 널리 알릴수록 비슷한 일의 기회를 물고 오는 게 일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134

당신이 지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크런치 모드를 오래 가동할 수 있다면, 그래서 회사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 당신 스스로의 노력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돌봄이 협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집에서 잠만 자도 깨끗한 옷이며 쾌적한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고 집안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그건 아내건 어머니건 동거인이건 다른 가족구성원 누군가가 (많은 경우 다른 여성이) 그 일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내 노동은 누군가의 가사노동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항상 기억하고 감사하고 그 고마움을 표현할 일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금전으로도 지불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1인분의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건 1인분의 가사노동이다. 


145

좋은 일 속에 나쁜 일의 씨앗이 싹틀 수 있듯 나쁜 일 속에도 좋은 일의 씨앗이 자라곤 한다는 걸 안다. 담담하게 눈앞의 한 계단씩을 오르다 보면 그 씨앗을 키워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모두에게 용기가 필요할 때다. 영화 속 장면처럼 깜깜한 어둠 속을 걸을 때는 손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걸, 서로가 서로의 발 밑을 비쳐줘야 한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복을 만들곤 한다. 


159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얼마나 잘 실행에 옮겼는지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하게 시도하다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나는 응원한다. 우리 삶에 고유한 개성과 이야기를 부여하는 건 매끈한 단면보다는 울퉁불퉁한 굴곡들이다. 적어도 더 많은 삽질을 해본 사람의 인생에는, 더 많은 추억이 만드는 다채로운 무늬가 생긴다.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란 그런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받는 축복일 것이다. 


163

인생은 정말 긴데, 앞으로 점점 더 길어질텐데, 젊음을 디폴트에 놓고 그것을 점점 잃어가는 서사로 바라본다면 모두가 지는 게임의 규칙 아닐까? 우리에게는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더 다양한 연령대, 더 많은 삶의 예시가 필요하다.


164

40대가 '좋다'고 말할 때 마냥 꽃길만 걷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시도 앞에 생각이 많아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아직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도 점점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성년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나와 세상에 관한 빅데이터에서 힘을 얻는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되며, 남들의 눈치를 덜 보면서 원하는 걸 명확하게 추구할 수 있다. 오래 보고 익숙한 내 몸이나 외모에 대해 편안해진다. 예상 밖의 나쁜 일들도 겪어봤기에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와 회복력이 생긴다. 내가 쌓아온 업무의 전문 영역과 네트워크 속에서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감각이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다. 


165

나이차보다 크고 강하다고 느끼는 건 개체차다. 몇 살이든 사는 모습은 각자 다르고, 스스로의 태도가 그 차이를 만든다. 나이는 모든 것을 결정해버리는 절대적 조건이 아니며, 던져버리고 극복해야만 하는 악조건도 아니다. 나이를 먹으며 보편적으로 따라가는 몸과 마음의 변화만큼이나, 나이를 먹으면서야 알게 된 새로운 좋은 것들도 내게는 많다. 


184

밥벌이의 루틴은 고단하지만 그 반복이 때로 우리를 지켜준다. 


186

일을 하는 나는 일을 하지 않는 나보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와 다른 능력과 배경,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부풀린 자의식에만 갇히지 않고 넓은 세계로 나와 객관적인 눈을 기를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혹은 대립할지라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196

어딘가 조금씩 아프고 고장 난 채로도 잘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그리고 그렇게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중년 이후일 것이다. 다만 어딘가 아플 정도로 몸 바쳐 일하고 있다는 걸 훈장처럼 여기는 회사 문화 속에 있다면, 주변의 모두를 경쟁하듯 심신의 피로와 통증을 호소한다면, 건강을 관리하고 돌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일의 압박이 심한 상태 속에 있다면 스스로를 위해 멈추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203

취향보다는 행위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고 믿게 된다. 행동이 그 주체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는 매일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말이다. 


222

모두가 선수가 되거나 몸짱이 될 필요 없이, 그런 압박감 없이 운동하면 좋겠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매일 조금 더 기운내서 살 수 있다면, 생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픔, 진로고민, 연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