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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4. 2023

도시재창조, 시대를 위한 해체와 재구성

철학과 도시 경영. 18

녹지를 위한 수직 공간, 둔산 르네상스와 도시 재구성 


대전 근현대 공간의 원형, 모방을 넘어 창의로 가자. 3


대전의 도시기본계획은 대전이 굴뚝을 올리고 공장을 돌리며 산업사회를 시작한 1966년이 뼈대를 이룬다. 그 시대의 인식과 도시 구조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과학도시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산업단지를 위한 대대적인 부지 조성도 그런 개념이다. 산업사회는 공간을 공장으로 채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사회는 공간을 녹색으로 비운다. 


부가가치가 데이터에서 생산되고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하기 때문에 공간은 압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가용부지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업 유치에 필요한 500만 평을 수평이 아닌 수직도시로 만드는 것은 어떤가? 메가시티의 중심도시를 만들려면 산업시설보다는 쉬거나 놀거나 일하는 생태공간을 만들어 지식과 문화 창조 기업을 넣는 것이 경쟁력있는 도시구조다. 대전교도소가 이전하고 비는 부지 53만 1,000㎡에 무슨 산업을 넣겠다고 하지 말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그대로 비우면 된다. 만약 뉴욕시 복판에 테슬라 공장이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뉴욕 센트럴파크 전경, 만약 뉴욕시 복판에 테슬라 공장을 유치했다면? 산업시대는 공간을 공장으로 채우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간을 녹색으로 비운다.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게 될 것이다”시인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가 1940년 대 뉴욕의 도시계획을 맡았던 로버트 모지스에게 충고한 말이다. 광역도시가 메가시티의 중심도시를 만들려면, 산업시설보다는 쉬거나 놀거나 생태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식과 문화 창조산업이 서식하게 하는 것이 경쟁력있는 전략이다. 대전교도소가 이전하고 비는 부지 53만 1,000㎡에 무슨 산업을 넣겠다고 하지 말고, 런던의 하이드파크, 도쿄의 요요기 공원,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비우면 된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산업사회가 후기 정보화 사회가 되면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지난 시절의 의식과 구도는 해체해야 산다. 몸도 계절에 맞는 옷을 입어야 생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래야 도시도 시대정신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대전시에서 직할시로, 다시 광역시로 도시가 확대되어 중심점이 이동한 대전시에서 대화공단(대전산단) 자리는 둔산과 맞닿은 도심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용도를 바꾸자고 한 것이다.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곳은 곳곳에 있다. 도심 속에 있는 오정동 농수산도매시장도 그렇고, 수차 안전성에 지적을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원자로와 방사선 폐기물 저장시설들이다. 설치 당시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늘었고, 도시 중심이 이동한 오늘날 적지(Right Place)가 아닌 곳이 되었다. 



대전시 민선 4기, 나무 심기와 '둔산 르네상스'

 

둔산은 대전의 대표 도심이며 충청권 최고의 행정타운이지만 신도시로 개발된 지 30년이 지나고 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와 건물들은 흡사 오래 달린 중고차처럼 이곳저곳 고장이 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난해에 수억 원을 들여 난방공사를 했고, 올해 또다시 수억 원을 들여 엘리베이터를 바꾸었으며, 내년에는 또 어떤 비용이 들지 모른다.

 

2018년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예비후보가 첫 번째 정책발표회를 열었다. 용적률 상향과 최고 층수 규제 해소 등 과감한 규제 개혁과 대대적인 도시개발 및 정비를 통해 부동산 가치 상승, 건설경기 활성화, 상권 회복, 일자리 창출 등 경제를 부흥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조성된 지 30여 년이 지나 주거환경 노후와 기존 상권 쇠퇴, 각종 기반 시설의 부족·협소 등으로 세종시 인구 블랙홀의 최대 피해 지역인 둔산을 새롭게 리빌딩하는 '둔산 르네상스'를 발표했다. 박 예비후보는 (중략) 둔산지역은 1만 8000명이 빠져나가며 슬럼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라며 “각종 공공기관이 몰려있는 둔산과 주변지역을 리모델링, 도시의 자족기능을 회복시키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160∼220%인 용적률 제한을 220∼250%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최고 층수를 해제키로 약속했다. 이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도시계획을 재정비, 대전시민의 행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부 발췌. 디트뉴스 24, 2018.04.05.)

 

민선 4기 박성효 시장은 공간에 대한 식견이 높고, 실무적 디테일이 뛰어난 분이다. 그가 추진한 3천만 그루 나무 심기는 10년 후에 광주시, 서울시가 따라 하는 사업이 되었다. 당시 대전시 나무 심기로 가로의 중심에 화단을 설치하고 가로와 도보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공원의 수와 면적은 눈으로 보아도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나는 박 전 시장과 인연은 없어도 그의 나무 심기를 지지한 소수였다. 그 당시 대전 어느 밥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박 시장 나무 심기에 대해 욕하는 것을 들을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촌 명품 도시들은 녹음이 우거진 곳들이었다. 대전시 나무심기는 기후 위기가 세계적인 의제로 나오기 전에 시행한 광역자치단체의 대표 사업이었고, 그 혜택은 지금 시민이 보고 있다. 재선을 위한 두 번에 걸친 그의 도전을 지켜보았는데, 도시 공간에 대해 높은 안목과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었다. 둔산 르네상스 계획을 입안했으며, 도시 어메니티(Amenity), 즉 도시의 자연, 건축, 시설에서 우러나는 편리성, 환경성, 심미성, 문화성이 도시 경쟁력이라고 인지한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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