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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4. 2023

서울시 재생, 7017과 경의선 숲길이 말하고 있는 것

철학과 도시 경영. 19

박원순의 유산, 사람과 생태 중심의 도시 만들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은 참여연대를 만들고 아름다운재단 설립등 창의적 사회 실험을 하던 시민운동가였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서울시장 박원순은 인기가 없었다. 그의 재임 기간에 회사는 서울시 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의 무역 사무 일부를 위탁받아 상하이에서 처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SBA 글로벌 자문단등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시 공무원과 관계자들, 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시정의 도구로 시민참여와 전문가의 재능기부를 유도했다. 시민운동 방식이었다. 그것은 봉사 수준의 이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경제적 여유가 없는 지식인과 예술인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계몽적 지도자인 그는 열려있었고, 부지런했으며, 진지하지만 소박했다. 심지어 나의 네이버 블로그를 늦은 밤에 읽었다며, 담당자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 무상하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의 서재, 이미지 출처, yes24)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행정가로서 인구 천만, 면적 605km²의 서울특별시에 준 충격은 도시개발 방식의 변화였다. 2011년 35대 서울시장이 되자 이명박식 뉴타운을 해체했다. 처음으로 자본의 속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산업화에 밀려난 도시 빈민의 아픔을 그린 소설이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보다 더 참혹했다. 7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참사는 세입자에 하는 보상에 비해 개발자는 수백, 수천 배의 수익을 가져가지만, 국가 공권력이 자본의 편에 서서 폭력으로 진압하는 가운데 벌어진 비극이었다. 




 뉴타운 해체와 서민을 위한 도시재생

박 시장은 약자가 눈물 흘리는 일 없도록,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통해 일방적인 토건 방식의 도시 개발 방식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거주권 보호에 우선하여 뉴타운·재개발 사업 지구 중 절반가량을 해제하겠다며 나섰다. 그는 기존 뉴타운을 외지인, 건설사, 투기세력, 시행사들이 판치는 개발 방식이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영세 가옥주,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거주자들의 거주권이 우선 보장되는 ‘서울형 마을 만들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뉴타운, 정비사업 1,300개 구역을 실태조사 대상 610곳, 갈등조정 대상 866곳으로 분류하여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면 계속 추진하되 반대가 심한 지역은 해제대상으로 분류키로 했다. (수정 발췌, 철거식 뉴타운 퇴출, 박원순 시장, 주민 30% 요청시 지정해제, 이코노미톡뉴스, 2012.03.30)



당연히 박 시장의 뉴타운 해체는 엄청난 비난과 반발을 가져왔다. 그의 사후에도 박원순식 도시재생이 아파트값 폭등의 원인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아파트값의 미친 폭등에는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 저금리, 대출 완화, 수도권 집중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도시재생, 친주민적이며 막대한 자본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식

 

얼마 전 박 시장을 추모하며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경의선 기차가 운행했던 염리동, 연남동, 원효로, 신수동, 와우교 구간은 숲길이 되어 있었다. 선형의 그 숲길 주변으로 단독 주택과 빌라, 높지 않은 아파트들이 있고, 그 사이에 도서관, 갤러리, 카페들이 화단의 채송화처럼 송송이 박혀 있었다. 도심이 사람이 다니는 숲을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박 시장이 획일로 치닫는 개발의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면, 연남동도 성수동도 초고층 아파트로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의선 숲길, 용산역과 가좌역 사이 6.3km 폐철도  구간에 조성한 산책로)




서울역 고가 도로를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재생한 ‘서울역7017’ 도시의 배움터와 도심의 쉼터로 조성한 마포의 서울창업허브,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도 기존의 시설을 밀어버리고 다시 지은 것이 아닌 재활용 재생한 것이다. 재생은 지워버리고 다시 짓는 재개발에 비해 평화롭고 친주민적이며 막대한 자본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나는 박 시장의 도시정책 모두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추진한 정책은 오늘을 반추하게 하는 유산이 되어 남았다. 서울이 자본의 개발에서 주민의 마을로 재생되었고, 도로 분절에서 걷는 길로 통합되면서 도심은 숲으로 이어지고, 거리는 아름다워졌으며, 골목은 상권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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