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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25. 2023

여행학 개론, 마케터의 도시 여행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6


브자질리아.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직무적으로 하는 여행을 출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외 출장에서는 일부터 한다. 일을 온전히 마쳐야 한다. 별도의 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도시탐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처럼 현재, 현 위치에서 시작한다. 히치콕의 사건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현 위치에서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나도 관광을 한다고 별다른 명소로 이동하지 않는다. 

 

브라질리아에서 일을 마친 그날 오후, 나는 택시를 잡아탔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다. 기사에게 “그냥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두 시간 동안 달려 주세요”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기사는 이상해 보이는 이 동양인에게 다시 목적지를 묻는다. 딱히 가야 하는 곳보다는, 1956년 브라질 밀림에서 신행정 수도 브라질리아를 만든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의 생각을 좇고 싶은 것이었다. 이전의 수도였던 북부 도시 살바도르에서 해안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도 아닌 밀림 내륙에 도시를 만들어 천도했던 이유를 더듬어가고 싶은 것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막막할수록 좋다. 나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처럼 말하려 했다. 그러나 영어가 아닌 현지어로 북쪽이 아닌 북부서를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어 소통이 어려운 기사에게 포르투갈어를 배우지 못한 나는 종이 지도를 펴 놓고 북서쪽으로 화살표를 그었다. 

“2시간 동안 달려 주세요” 






그 거리는 대전- 군포시 정도였다. 도로는 도심을 벗어날수록 요철이 많았고, 물웅덩이에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간선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도로가 끊긴 곳도 있다가 다시 지선으로 이어지곤 했다. 두 시간 뒤, 지명도 생소한 썰렁한 곳에 도착했다. 데킬라를 마실 바도 없었다. 밀림같이 우람한 수목과 수풀이 가득했다. 대도시 브라질리아와는 다른 촌락이 초라했다. 


일은 마친 시각이었다. 혼자 묶는 호텔로 돌아가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그곳 밀림 마을이 괜찮았다면,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나왔던 ‘에바 마리’ 같은 여성을 만났더라면, 탈주 같은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편의점도 없는 마을에 얼마라도 머물 이유가 없었다. 생기 빠진 50대 운전자와 더 있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차에 있는 생수를 얻어 마시면서 두 시간 걸려 돌아왔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브라질 같은 광대한 나라에서 왜 철도를 기간 교통망으로 만들지 않은 것일까? 


(히치콕 감독의 영화 ‘North by Northwest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 한 일당은 뉴욕의 광고업자인 '로저 손힐 (케리 그랜트분)‘을 비밀 요원으로 오인하여 교외 저택으로 납치한다. 손힐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추적을 따돌리는데, 아름다운 여성 '이브 켄달(에바 마리 세인트 분)'의 도움을 받는다. 브라질리아에서 나는 종이 지도를 펴 놓고 기사에게 보여주며, 북서쪽으로 화살표를 그었다. “2시간 동안 달려 주세요” 그 거리는 대전- 군포시 정도였다. 도착한 촌락에서 혼자 묶는 호텔로 돌아가지 않아도 그만이었지만, 영화 속 ‘에바 마리’ 같은 여성은 인근에 보이지 않았다. 사진 출처, www.allocin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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