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대훈 Jul 21. 2023

출장일기, 북경 필드워크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5

타운와칭(Town Watching)에서 보는 것,  삶과 경제의 도시 생태계

 

홍콩에서 시작하여 상해를 거쳐 북경까지 몇 주가 지났다. 우주를 왕복하는 승무원이 고정된 임무에 몇 가지 실험을 추가하듯이, 바이어를 만나고 거래선을 확장하는 일 말고도 스스로 부여한 몇 가지 과제(project)를 했다. 북경상점 노자호(老字號)를 순례했다. 전통 상가인 ‘대책란가’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점들을 방문했다. 기억에 남겨 놓았던 '중국의 붉은 별' 작가, 에드거 스노우(Edgar Snow)의 행적을 추적했다.      

혼자 걷는 필드워크를 통해 중국 수도, 북경의 변화를 관찰했다. 걷고 보고 기록하고 찾아본다. 여행을 통해 찍는 사진, 현장에서 모았던 자료, 관련자와 토론하고 구상했던 것들은 시기에 따라 사업의 화폭에 담기고 고객에게 제공한다. 걷는 행위는 미래와 연결된다. 바다에서 플랑크톤의 수를 재는 것은 당장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류 생태계를 예측하고 조업을 조절하기 위해서이다.      


북경 외곽 주상복합과 내가 사는 아파트      


이곳은 베이징의 변두리, 지명도 장소도 중요하지 않다. 지도를 볼 것도 없다. 무작위로 정하는 현 지점에서  타운와칭(Town Watching)을 위한 작업이다. 간선도로 양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몇 채 보인다. 그 사이에 주상 복합 건물이 있다. 누가 보아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이 구성없는 동네가 필드워크의 대상이다.      

상해에서 날라와서 북경에 오자마자 이곳으로 나왔다. 계속하는 출장에 몸은 파김치가 되었다. 악명 높은 북경 스모그에 불쾌한 무더위는 오랜만에 입성한 도시에서 설렘을 꺾어 버렸다. 호텔 객실에서 에어컨 바람에 몸을 식히고 싶었다. 그러나 지구촌 어떤 도시에서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성지순례와 같은 시장조사이며 걸으면서 도시를 파악하는 필드워크이다.            


(베이징 외곽, 지명도 장소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도를 볼 것도 없다. 현 지점에서 정하는 무작위 보행을 도구로 타운와칭(Watching a Town)을 한다. 도시구조, 지구단위의 경제생태계, 거리 트랜드, 사람 사는 모습을 살피는 필드워크를 말한다. 북경 도심이 외곽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불량한 도시관리로 아파트 스프롤(sprawl)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간선도로 양옆을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상가가 차지했다. 이 구성없고 먼지 많은 지역은 내 관찰의 대상이지만. 누구도 이런 식의 여행에 동행하려 하지 않았다)    




             

도시탐색의 방법은 단순하다.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그냥 한 시간, 그러니까 반 시간 정도 걸어갔다가 맞은편으로 돌아온다. 걸으며 아파트를 세로 가로를 세고 단지 수를 곱해서 세대수를 계산한다. 


지구단위(地區單位) 경제 기준은 자신이 사는 곳을 척도로 삼는다. 내가 사는 향촌 아파트는 15층 19개 동의 1650세대이다. 이 단지 안에는 부동산 사무소 네다섯 곳, 세탁소 2곳과 의류 수선집, 작은 슈퍼 2개소, 중간 단위 슈퍼 1곳, 미용실 3곳, 과일 가게, 푸줏간, 중국 음식점과 약국, 철물점, 떡집과 방앗간이 있다. 이것이 1650세대 5000여명이 사는 주거단지의 경제 생태계이다. 이것을 한 덩어리로 단위로 삼아 머리에 입력해 놓고, 다른 도시들을 다닐 때마다 대비하는 것이다.       


지금 보는 베이징 외곽, 27층 규모의 주상복합은 약 1000세대가 들어가니(가로*가로*세로 층수) 두 곳을 연이어 있는 곳은 약 2000 세대이다. 이곳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견주어 생활수준, 경제생태를 살핀다. 이 아파트 단지의 편의점에 들러 물 한 병 사면서 진열대에 올라있는 소비재의 내용과 구색, 가격을 훑어본다. 소비재의 수준이 이 도시민의 수준이다. 이때 이 나라에는 없는데 한국에 있는 것, 한국에는 없지만, 이곳에는 있는 것의 차이가 사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오늘 북경 날씨는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어서 등에서 솟는 땀으로 셔츠가 젖었다. 그래도 걷는다. 걸으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경제 생태계)과 도시 구조를 스캐닝한다. 

    

(지구단위(地區單位) 경제는 자신이 사는 곳을 척도로 삼는다. 내가 사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는 15층 19개 동에 1650세대이다. 이 단지 안에는 부동산 사무소 네다섯 곳, 세탁소 2곳과 의류 수선집, 작은 슈퍼 2개소, 중간 단위 슈퍼 1곳, 미용실 3곳, 과일 가게, 푸줏간, 중국 음식점과 약국, 철물점, 떡집과 방앗간이 있다. 이것이 1650세대 5,000여 명이 사는 주거단지의 경제생태계이다. 나는 이것을 한 덩어리로 머리에 입력해 놓고, 다른 도시의 지구를 만날 때 때마다 비교해본다)         




청주 외곽인 청원의 가구 도매상처럼, 어느 도시에도 땅값이 싼 변두리에는 가구나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상점이 몰려 있다. 이곳도 북경의 변두리가 틀림없다. 건축자재 상가가 길게 자리하고 있었다. 중국 건축자재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나에게 자문을 의뢰했던 고객을 위해 한 건축자재 상점에 들어가,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경쟁 요소(품질, 디자인, 가격..)를 살펴보고 명함을 받아 왔다. 이런 정보는 어떤 인터넷에도 없는 나만의 정보가 된다. 의뢰인을 위해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북경은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모습이다. 기술과 자본은 주택 공급의 시간을 고속전철처럼 빠르게 했다. 사방에서 분양 세일을 하고 있었다. 경기가 위축되면 미분양은 늘어나고 고가에 상투를 잡은 사람은 중국도, 한국도 공황에 빠질 것이다. 거리 부동산에서 아파트 가격 추이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베란다가 보인다. 중국인이 한국같이 아파트에 창틀을 달고 방음, 방풍창을 한다고 할 때, 비철의 성형기술이 뛰어난 이건창호 같은 고품격 건축자재 기업의 중국 진출은 유망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도시만상에 실계, 도시여행과 다른 필드워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