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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20. 2023

도시만상에 실계, 도시여행과 다른 필드워크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4

도시 관찰을 위한 '실계(實計)


필드워크 이외에 도시의 입체적 파악을 위해 실계(實計)를 한다. 실.계.란 내가 만든 개념이다. 서지와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도시 통계를 그 지역의 중산층 사람 수준으로 생활하면서 검증하는 것이다. 


 * 도시의 인구 변화 추이

인구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통계를 본다. 


* 생활의 기준이 되는 생활 편의품과 식품

재래시장, 동네 슈퍼, 활인매장 투어를 한다.


* 재산과 소득 대비 가처분소득에 영향을 주는 집 값

걷다가 부동산 사무소가 눈에 뜨이면 잠시 들린다. 이때는 현지어에 서툴수록 대우를 받는다. 해외 도시에서 집 한 채 값도 물어보지만, 단지 전체 값도 물어본다. 의자에 앉아 척 다리를 꼬고, 가져다주는 차를 마시며 좀 느리게 이것저것 물어보면 모든 실물 정보가 다 나온다. 월세, 임대 상황, 매물의 정도, 외국인 매매 동향 ....심지어는 벤츠를 몰고 와 단지 구경도 시켜준다. 


* 첨단 IT 기업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자, 가전 매장

전시회는 전자쇼는 미래형이고, 마켓의 매장은 전투 중이다. 


* 장기투숙일 경우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에 묶는다

동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로컬 주류도 한 병 올려놓는 저녁상을 준비한다. 현지 장바구니 물가를 알 수 있다. 


* 새로 생긴 프랜차이즈나, 확대되는 프랜차이즈

이런 곳에는 냉온방 장치가 잘 되어 있어 식사하면서도, 현지 사람과 트렌드를 관찰하기에 딱!


나는 무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했다. 그래서 수출입 과정, 화물의 적재, 이동과 반출, 제품 보관, 배송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 Social Overhead Capital)에 관심이 많았다. 비록 어떤 도시가 도심에서 총질을 하고, 소돔과 고모라 같은 환락을 품고 있다고 해도 물류가 원활하고 효용이 좋은 도시는 번창한다. 


도시는 사람, 지식, 기술, 산업, 자본 그리고 탐욕, 마약, 각종 범죄가 들어가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사일로(Silo)이다. 도시 사용자가 되어, 그 현상들을 일으키는 원인을 생각하면서 필드워크를 해 보자. 걷으며 받는 체감과 공간의 분위기가 체내에 쌓이면, 그 실감으로 자연스럽게 그 도시를 평가하게 된다. 평가자는 도시를 사용하는 주체,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사를 두고 사업했던 중국 상해는 생각보다 편리한 도시였다. 상해는 중국어뿐이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 영어등 어떤 언어로도 소통이 가능했다. 통신, 물류, 항만, 공항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었고, 임대료, 생활물가도 감당해야 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글로벌기업들이 대거 들어와 있어 도시 자체가 큰 시장이었다. 사업은 거래를 통해 경제적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지만, 시비도 손실도 따라온다. 상해가 실망도, 고통을 준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하이탄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도시 매력에 푹 빠졌다.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포동와 포서지구 발전에 경탄하면서, 전통 존중, 개방과 도시 다양성, 국제화가 왜 중요한지 절감한 기회였다. 두바이는 아직은 중소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기에 불편한 도시이며, 모스크바는 생각 이상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였다. 


 (상해 포동 구성도, 상해는 내가 도시 실계를 위해 견본으로 삼은 도시이다. 실계란 도시 경제와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도시 통계를 그 지역의 중산층 사람 수준으로 생활하면서 검증하는 것이다) 



 (상해시 남경로 거리. 상해는 중국 속에 또 다른 중국이다. 북경과 다른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2,600만 시민의 메트로폴리탄으로써, 4억 7천만 명의 화동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메가시티 중심도시이다. 시장이 큰 만큼, 세계 최고의 글로벌기업이 들어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내가 이 도시를 대상으로 수출하면서, 무역과 투자유치 행사를 주관하고 비용을 집행했던 것, 그 자체가 도시를 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작고한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상해시 당서기 시절에 세력화한 상하이방(上海帮)이 집권하여 중국 번영을 이끌었다) 




위와 같은 식으로 지구촌 도시를 실.계.하면, 자연스럽게 생활에 좋은 도시와 나쁜 도시, 비즈니스에 유리한 도시, 투자해야 할 도시, 가족까지 옮겨와 살고 싶은 도시가 자연스럽게 병렬된다. 도시의 평가자는 일인칭 주어로서의 나이다. 세금을 내고, 비용을 지불하는 ‘나’라는 실존 주체가 과장한 통계, 가짜 뉴스, 얼치기 전문가와 엉터리 위원회 같은 우상을 치워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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