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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대훈 Jul 18. 2023

도시 주인은 사용자, 도시 기능의 UI와 UX

세계 100개 도시, 뚜벅이의 필드워크, 3

실존, 당신은 도시의 평가자


컴퓨터 용어에 사용자를 주어로 한 중요한 개념이 있다. 

그 가운데 UI와 UX를 도시 평가에 차용할 수 있다. 

 

UI (User Interface)는 사용자인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장치이다. 앱이나 웹사이트를 보기 좋게 하기 위한 칼라, 폰트, 레이아웃과 같은 시각적인 디자인을 말한다. 

UX (User Experience)는 사용자가 서비스 또는 제품을 이용할 때 느끼는 종합적인 경험을 말한다. UX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경험을 만족스럽게 하는 UI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즉,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하는 디자인이다. (인용, wishket)

 

이것을 도시에 응용하면 경관, 조명, 도시의 주된 색상, 건축, 도로 등은 도시의 UI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자 이동권을 보장하는 무장애(Barrier Free)에서 시작하여 어떤 사용자의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에도 제약을 주지 않도록 설계하는 범용 디자인(universal design)과 휴먼스케일을 반영하여 생활에 불편함 없이 건물과 가로를 배치하고, 교통을 설계하는 것까지를 도시 UX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도시에 한동안 체류하거나, 거주하거나, 또는 도구와 장치를 이용하여 설치하거나, 가설을 하는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체감적으로 그 도시의 UI와 UX를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도시민의 중산층 수준으로 버스, 트램, 지하철, 택시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끔은 차량을 빌어 사용해 보면 자신을 기준으로 하는 사용자 경험 UX(User Experience) 평가가 확실해진다.

 

인터넷의 서버에서 처리하는 백앤드(Backend) 부분처럼 도시기능을 첨단화하고, SOC 사양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시민)가 사용하는 도시 전면부인 프론트엔드 (frontend)가 불편하거나 아름답지 못하면, 사양 좋은 컴퓨터도 던져 버리는고 싶은 것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 






도시의 프론트앤드 부분인 사용자 경험(UX)이 불편하면 막대한 도시 비용은 증가하지만, 시민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돈을 들인 것에 비하여 후져 보이고, 2급 도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도심 복판으로 강이 흘러도, 이것을 멋지게 사용할 수 있는 수변공간 계획이 없고, 강과 주거지를 잇는 이음길도 없으며, 자연과 도시가 주고받는 문화를 잉태하지 못한다. 광역시에 몇십 년 동안 지하통로로 사용하는 지하상가가 있다. 그러나 명품 아케이트로 만들지 못하고 허접한 상업공간으로 방치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 도시의 UX는 좋아질 수 없다. 

 

수도권의 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도 마찬가지이다. 초광역권 도시는 당초 기본계획에 그 설계를 반영하고 있어야 하는데, 도시가 과밀해지면 그때서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땅을 파고 공사를 해서 괴물같이 비용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마무리 부분에서 그 시설의 이용들이 통합되지 못하고 복잡해지면서 아름다움이 들어갈 틈이 없다. 도시의 UI가 나쁘면 이동하고 일하고 먹고 자는 일상은 지쳐버리게 된다. 심지어 휴일에 가족과 즐기자고 도심 유원지를 찾아도, 교통체증과 주차 짜증에 체력과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그래서 살아야 해서 살지만 소진되는 도시, 일상의 재미가 없는 맛없는 도시가 된다. 

 

(신축하고 있는 대전의 한 재건축 조합 아파트, 대다수 한국인에게 재산 대부분, 또는 일생의 소망이기도 한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해 놓고, 구성없이 채워버리면 도시와 인간을 연결하는 UI, 사용자 경험을 말하는 UX 개념조차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일하러 나갔다가 수용소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잠만 자고 가라는 것인지? 이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공원도 없고, 근린시설도 변변치 않다. 여기에서 자라야 하는 아이들... 걱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도시 공급자(국토교통부, LH공사, 지자체와 지방 도시공사)는 도시의 백앤드 부분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척해서 엄청난 사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정작 시민이 사용하는 도시의 프론트앤드 부분의 UI, UX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매년 곳곳에서 엄청난 공사를 하고, 첨단 신도시를 만들어도 시민 생활은 불편해진다. 도시의 UI와 UX가 좋으면 비록 도시를 작동하는 기술이 구식이라 할지라도 몸에 맞는 외투처럼 걸을수록, 생활할수록 포근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전기밥통과 컴퓨터, 자동차는 맘에 들어 않으면 좋은 기종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도시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으면 이미 지출해서 회수하기에 매몰비용(sunk cost)이 지나치게 커서, 왜곡된 상태의 희생을 치르며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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